[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4분기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상고하저 구조의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가전 분야의 부진과 관세 등 외부 변수, 전사적 희망퇴직에 따른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업계는 전장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 데다, 인력 효율화 효과도 올해부터 반영될 예정인 만큼 이번 실적이 반등을 위한 숨 고르기 과정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LG전자. (사진=뉴시스)
9일 LG전자가 공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3조8538억원, 영업손실은 109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89조2025억원으로 2년 연속 상승세에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2016년 4분기 이후 9년 만의 적자 전환에 우려를 남겼습니다.
이는 주력 사업인 가전 부문이 미국발 관세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은 지난해 4월 10% 보편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했습니다.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북미 시장 판매 비중이 큰 만큼 원가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계절적 비수기 역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4분기는 가전업계의 구조적 비수기로, 하반기에는 프로모션 확대와 연말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판매량 대비 수익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계 전반에서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있는 4분기에 매출은 어느 정도 오르지만, 할인 혜택이 많아지면서 영업이익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 LG전자가 단행한 인력구조 선순환 차원의 희망퇴직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약 3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다만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장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담당하는 ES사업부와 VS사업부를 중심으로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VS사업부가 맡은 전장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ES사업부 역시 LG전자의 B2B 전략을 이끄는 중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AI 홈 로봇 ‘클로이드(CLOiD)’를 공개하며, 가사 환경 전반의 변화를 제시했습니다.
장기적으로 LG전자는 B2B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고부가가치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각) CES 2026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현재 처한 경쟁의 생태계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이를 뛰어넘는 속도와 강한 실행력을 가져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에 반영된 악재들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 4분기 LG전자는 계절적 비수기, 관세, 희망퇴직으로 발생한 일회성 비용 발생의 3개가 문제였는데 비수기는 전통적 흐름에 따라 완화될 것이고, 관세 문제는 어느 정도 상쇄가 되고 있다”면서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은 결국 고정비 감소로 이어지므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