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2026년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경제 전반을 조율하는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격인 재정경제부는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의 원년'을 선포하며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야심차게 발표했습니다. 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인공지능(AI), 신산업 엔진으로 다시 가속화하는 등 잠재성장률 2%대 위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입니다.
특히 '적극재정'과 '정책금융'이라는 투트랙 전략의 활력 불어넣기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대도약 청사진에 대한 시선은 냉담합니다. '경제 대도약'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과거 성장지상주의 모델만 답습할 뿐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오히려 양극화와 불평등의 고착화 위험이 우려되는 건 왜 일까요. 전략의 큰 틀을 정리하면 거시경제 적극 관리, 잠재성장률 반등, 국민균형성장 및 양극화 극복, 대도약 기반 강화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즉 성장·분배, 산업·복지를 포괄하는 종합 전략처럼 보이나 각 영역을 면멸히 보면, 정책의 무게중심은 국가전략산업 육성, AI 대전환, 초혁신경제 구현입니다. 이에 반해 불평등·양극화에 대한 대책은 기존 제도의 조정과 보완을 넘어서지 못한 수준입니다.
성장 전략의 중심에 투자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투자의 주요 수혜자는 대기업과 자본, 그리고 국가가 지정한 전략산업입니다. 물론 전략산업의 성장 여부는 대한민국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중대 사안입니다.
성장의 주체를 논하기보단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력 집중과 불평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 상황은 '초양극화'와 '일자리 대란'으로 규정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통계치를 볼 때 마다 잔혹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체 일자리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암울함 그 차제입니다. 지난 11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36만개 증가하는 동안 60세 미만 일자리는 15만개 증발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대 일자리는 2017년 이후 60만개 넘게 줄었습니다. 장기적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겁니다. 청년층의 상황은 더 처참합니다. 1999년 7월(0.39)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2025년 7월 구인배수는 '0.4'였습니다. 2025년 5월 0.37까지 떨어졌으며 11월 기준으로도 0.43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구인 배율이 역대 최저치인 '0.4' 수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은 일자리를 찾는 100명 중 60명이 갈 곳이 잃었다는 방증입니다. 정부가 외치는 '대도약'의 엔진이 돌아가기도 전에 민생 생존 토대인 일자리 생태계는 이미 붕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반도체와 AI를 통한 성장 돌파구가 낙수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착시현상에 대한 경계감만 커질 뿐입니다. 반도체는 수출액을 끌어올릴 수 있어도 일자리 창출을 올리지 못하는 착시를 낳습니다.
되레 고용을 책임져왔던 선박, 석유화학, 일반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은 2011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침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온통 '조선업 호황'이라고 떠들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선 로열티를 외국에 뺏기며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치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9일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취업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추진하는 AI 중심의 성장은 기술 자본을 가진 소수에게만 부를 집중시킬 뿐,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재벌·자본 중심 질서의 공고화'를 우려하는 배경입니다.
유독 눈에 띄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의 성장'. 구조적 문제는 바꾸지 않고 정책 수단이 여전히 대출과 보조금, 금융 지원에 머뭅니다. 불공정한 거래 질서,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자산 집중에 대한 근본적 개입은 보이지 않습니다.
약자에게 사다리를 놓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곳에 손전등 하나를 쥐어주는 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양극화에 대해 "우리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 해법으로 제시된 개념이 '기본사회'였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존엄과 평등에서 출발하는 사회 비전을 제시해 왔습니다.
집권 이후 기본사회가 정책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왜 일까요. "사회적 경제를 충분히 연구하라"는 말만 메아리칩니다. 외환위기 이후 수십 년간 논의된 낡은 처방은 연구의 부족이 아닌 실행의 결핍이라는 걸 진정 모를까요.
지난해 12월4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 42층 밸뷰룸에서 부산·울산·경남지역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