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급격히 상승하며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영향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추가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1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2.45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1월 117.19에서 약 13% 상승한 수치입니다. 2021년 이후 철근·시멘트 등 주요 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인건비 상승, 안전 규제 강화, 고환율에 따른 수입 자재 비용 증가까지 겹치면서 올해 역시 공사비 상승 압력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공사비 인상이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사업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받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분담금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주공 6·7단지 조합이 제시한 분양 신청 안내서에 따르면 평당 공사비는 890만원, 비례율은 79.89%가 적용됐습니다. 이에 따라 6단지에서 전용 53㎡를 보유한 조합원이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를 선택할 경우 약 7억2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전용 100㎡로 넓히면 11억원을 넘기고, 119㎡ 선택 시에는 15억원 안팎까지 치솟습니다. 전용 83㎡ 소유자가 비슷한 크기의 84㎡를 선택해도 1억원대 분담금을 내야 합니다. 7단지 역시 유사한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빌딩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한강변 대표 재건축지로 꼽히는 압구정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압구정4구역 한양4차의 경우 전용 101~104㎡를 보유한 조합원이 전용 84㎡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약 9억3385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집 크기를 줄여도 부담은 줄지 않는데요. 전용 208~210㎡ 소유자가 139㎡를 선택해도 12억원을 웃도는 분담금이 책정됐습니다. 공사비는 평당 1280만원, 비례율은 46% 수준입니다.
압구정2구역도 1년 사이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공사비는 평당 1000만원에서 1150만원으로 15% 올랐고, 비례율은 62%에서 42%로 떨어졌습니다. 기존 전용 152㎡를 소유한 조합원이 128㎡를 분양받으려면 10억5700만원을 내야 합니다. 2024년 당시 추정 분담금 3억2000만원 대비 7억원 가까이 급등한 셈입니다.
강남·한강변 재건축 평균 공사비 평당 1000만원 눈앞
주거환경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3개 정비사업 구역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811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480만원에서 5년 만에 69% 급등한 수치입니다. 서울은 890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79만원 높았으며, 강남·한강변 재건축은 976만원으로 1000만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분담금이 급증한 배경에는 단순한 공사비 인상뿐 아니라 고급화 경쟁, 일반분양 물량 감소, 인허가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개포주공 6·7단지의 경우 사업 초기 대비 일반분양 가구 수가 줄어들면서 분양 수익이 크게 감소했고, 이를 조합원이 떠안는 구조가 됐습니다. 압구정 일대 역시 설계 차별화 등이이 공사비를 끌어올리며 비례율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사업성이 좋은 강남권은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지만, 제자리 재건축이나 비강남권, 재개발 초기 단계 사업장은 ‘분담금 역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기존 주택 가격보다 분담금이 더 커지는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출 규제 강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까지 겹치면서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의 퇴로가 막히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됩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안정화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수의계약 비중이 급증하며 공사비 검증 기능이 약화된 만큼, 제3의 전문 기관을 통한 공사비 적정성 검토와 협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시에 임대주택 의무 비율 조정과 금융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보완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조합원 부담 증가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은 시공사 선정 이후 착공까지 5~10년이 걸리는 구조여서, 이 기간 누적된 공사비 상승이 분담금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사비가 한 차례 크게 뛴 데 이어,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기부채납 확대와 안전 기준 강화 등 추가 비용까지 겹치며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있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용 검증과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