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작전')①'외신 진뻥뻥'에 투자자 망연자실

입력 : 2012-02-06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허위 정보로 주가를 조작하고 그 차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이른바 '작전'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몇년전 OCI(010060)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국내 유명 언론사주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데 이어, 외교부가 두차례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씨앤케이인터(039530)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형 스캔들 이외에도 코스닥시장에선 소소한 작전이 매일같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좀먹는 작전의 현황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주]
 
 
지난달 18일 오전 9시20분 쯤, "차바이오앤(085660)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ACT사가 황반병성 배우줄기세포 2임상을 미국 IRB(임상심사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았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국내 증권가에 빠르게 유포됐다.
 
메시지는 한줄 짜리 국문과 영문으로 작성된 외신기사가 함께 배치됐다.
 
이날 오전 9시15분 846주에 그쳤던 차바이오앤의 거래량은 메시지 배포 직후인 9시22분 10만888주까지 급등했다. 1만2100원에 시작했던 이 회사 주가는 1만2650원까지 치솟았다가 장 마감때는 1만2050원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외신까지 부풀려 작전에 이용
 
허위 정보가 주식시장을 교란한 것은 사실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지만, 외신이 사용되는 것은 최근 나타나는 경향이다.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위 사례와 같이 외신기사를 부풀려 대단한 호재로 속이는 수법도 등장했다. 실제 이날 메신저로 유포된 외신기사는 실제로 존재하는 기사다.
 
하지만 그 내용은 유포자의 말과 달리 단지 차바이오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ACT사가 윌즈안과연구소(Wills Eye Institute)라는 기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FDA(미국 식품의약국)과 같이 대단한 조직인 양 부풀려졌던 IRB(임상심사위원회)는 사실 사설 병원에도 설치할 수 있는 내부 위원회다. 기사의 내용은 윌즈안과연구소 조직 내 기관이 미국 ACT사와의 공동연구를 승인했다는 이야기다.
 
이 외신은 마치 차바이오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미국 ACT사가 FDA와 같은 기관으로부터 신약개발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는 내용으로 부풀려졌다. 호재를 원했던 투자자들은 환호했지만 결국 이날 종가는 시작가보다 낮은 가격에 마감했다.
 
◇진짜 정보로 미끼 던지고 허위 정보로 이득
 
'대박'성 호재에도 주가가 변변찮게 마감한 것은 왜일까.
 
전문가들은 이 엉터리 메시지를 작성한 세력이 처음부터 허위 정보로 주가를 띄워 보유 물량을 대거 매도한 뒤 차익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심지어 국내에서 만들어진 허위정보를 인터넷 포털사이트 번역기를 이용해 외신인 양 속이는 수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실제 북한 원전 폭발설이 불거졌던 지난달 6일 국문으로 유통되던 허위정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번역기를 통해 도쿄통신 발 기사로 재가공돼 유포된 바 있다.
 
이밖에 이미 수년 전 나온 뉴스를 날짜만 교묘히 바꿔 유포하는 고전적인 방식도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조금만 살펴보면 거짓임이 탄로나는 수법이 이처럼 잘 '먹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속칭 '진뻥뻥' 작전 때문이다.
 
진뻥뻥이란 허위 정보를 흘렸을 때 별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하도록 미끼를 던지는 수법이다. 양치기소년을 역으로 벤치마킹한 셈이다.
 
1단계로 작전 세력은 주식 투자자가 애용하는 사설 메신저를 통해 '진짜' 투자정보를 무차별 배포한다.
 
이를 보고 투자해 일정 정도 수익을 거둔 개인투자자들은 이들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신뢰를 얻은 작전세력은 이후엔 허위 정보를 흘려 주식을 매수하게 만든다.
 
매수세가 몰리면 주가는 상승하기 마련이고 이 때 작전세력은 자신들의 보유 물량을 대거 팔아치워 차익을 실현하는 식이다.
 
◇투자정보 사설 메신저 의존..'작전'에 취약
 
매일 주식을 사고 파는 대부분 국내 투자자가 투자정보를 사설 메신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이 주로 투자하는 종목은 통상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가 발표하는 장기 전망보단 그날 그날의 장중 이슈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눈 앞에서 뻔히 상한가로 올라가는 상황을 보면서 어디선가 날아 들어오는 메신저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안철수연구소(053800)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것을 모르는 투자자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등락을 반복하는 종목의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이들 찌라시를 외면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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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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