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5년史의 '힘'..3만원으로 300조 만들다

삼성시대..이병철 '개막' 이건희 '개화'
인재 근간, 디자인·혁신 눈뜨며 질적 성장 '탄력'
삼성 의존도 심화..재벌 문제는 숙제

입력 : 2013-03-22 오후 12:34:01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1938년은 암울하기 그지없던 일제 통치 아래서 민족의 역량이 발휘되기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충격과 시련, 변화와 도전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 고통을 꺾이지 않는 생명력과 저력으로써 끝내 극복했습니다. 삼성은 상업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의 과감한 변신을 한 뒤 모직 등 필수 민생산업을 거쳐 60년대 전자공업, 70년대 중화학공업, 그리고 80년대 최첨단 산업에 진출하기까지, 하나같이 국민경제와 국가발전을 위해 사업을 일으키고 키워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위대한 내일을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이건희. 1988년 3월22일 창립 50주년 기념사)
 
75년 전 이날, 고 이병철 회장의 손을 거쳐 삼성상회(현 삼성물산) 간판이 대구에 내걸렸다. 삼성시대의 '개막'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987년 12월, 갖가지 부침 끝에 이건희 회장이 선대회장의 유업을 받들어 그룹 회장직에 오르게 된다. 이 회장은 이듬해 3월22일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제2의 창업을 선언한다. 이른바 삼성시대의 본격적 '개화'다.
 
◇1938년 3월22일, 고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 삼성물산의 전신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삼성시대의 개막이다.
 
세기를 바꿔 2013년 3월22일 이 회장의 창립 50주년 기념사 육성이 사내방송을 통해 삼성그룹 모든 사무실에 흘러나왔다. 세계시장을 주무르는 IT 기업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 재계의 상징 삼성의 심장부는 숙연해졌다. 이 회장의 빈자리가 커 보였지만 무게감은 여전했다. 적막 속에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1988년 3월22일. 그룹 창립 반세기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삼성은 제2의 창업을 선언합니다. 도전과 개척의 정신으로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우리의 50년 역사를 기념하는 바로 그 순간, 삼성은 왜 제2의 창업을 선언했을까요. 이는 다가오는 21세기 경제전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체절명의 생존 선언이자 초일류 기업으로서 인류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위대한 내일'을 선포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인재경영을 필두로 미래를 향해 새롭게 도전합니다."
 
◇1980년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모습.
자본금 3만원으로 출발한 삼성은 75년이 지난 오늘날 매출 300조원(본사 기준)이 넘는 글로벌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40명의 임직원은 현재 42만명, 1만배 이상 커졌다. 삼성전자 나홀로 지난해 200조원이 넘는 매출과 3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구촌이 삼성전자 TV를 통해 같은 화면을 공유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대륙과 대륙을 연결시키고 있다. 반도체를 기반으로 한 부품과 세트의 결합은 삼성전자 완성도를 높였다.
 
매 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삼성의 고속성장은 지속성이 유지됐기에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다른 상위그룹들을 압도하는 투자와 고용은 산업계 전반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해냈다. 삼성은 이를 설명함에 있어 이 회장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지난 1993년 6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이른바 신경영 선언은 삼성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돌려세우는 변곡점이 됐다. 디자인에 눈을 떴으며, 혁신을 말하게 됐다. 근간은 인재였다. 
 
삼성의 눈부신 성장은 국가경제의 근간이 됨과 동시에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으로 불리게 됐다. 삼성 실적 하나에 웃고 울어야만 했다. 정·관계를 관통하는 대형 이슈마다 삼성 이름이 빠지질 않았다. 삼성의 힘이 한국사회를 주무를 정도로 막강해지면서 재벌 문제가 부상했다. 이면에는 총수가 자리했다. 경제민주화의 단초였다. 이는 오늘날 삼성이 본질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삼성은 21일과 22일 창립 75주년을 맞아 2부작으로 제작된 '프라이드 인 삼성'을 특별 사내방송으로 내보낼 뿐 별다른 행사는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각 계열사별로 조촐한 기념식을 진행했을 뿐이다. 이 회장이 요양을 이유로 미국 하와이에 머물러 있는 데다 국내외 경기침체 등 안팎의 여건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75돌 생일을 맞아 지난 15일부터 내달 23일까지 '40일간의 S-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내수경기 진작과 물가 안정을 위해 마련된 대규모 할인행사로, 이 기간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삼성카드, 제일모직 등 주요 계열사가 참여한다. 민생 안정을 바라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화답이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전 계열사 사장들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강도높은 변화를 지시했다. 이른바 신경영 선언이다.
 
◇삼성그룹 주요 연혁
 
1938년 3월 삼성상회 창립
1957년 1월 국내최초 사원 공개채용 실시
1969년 1월 삼성전자 설립
1987년 12월 제2대 이건희 회장 취임
1988년 3월 이건희 회장,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창업 선언
1989년 12월 삼성복지재단 설립, 삼성어린이집 제1호 천마 어린이집 개원
1990년 1월 지역전문가 제도 시행
1992년 8월 삼성전자, 세계최초 64메가 D램 개발
1993년 3월 신 CI 정립 (경영이념, 마크, 그룹歌 등)
1993년 6월 삼성 신경영 선언
1994년 10월 삼성사회봉사단 창단, 삼성서울병원 개원
1995년 3월 삼성아트디자인학교(SADI) 설립
1995년 2월 '열린 인사' 개혁 (학력제한 철폐, 연봉제, 여사원 근무복 자율화 등)
1996년 7월 이건희 회장 IOC위원에 선정
1997년 5월 삼성-IOC 올림픽 파트너 조인식
2003년 7월 삼성 브랜드 가치 100억 달러 돌파
2004년 12월 삼성그룹, 수출 500억 달러 돌파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 경영 복귀
2012년 10월 '함께가는 열린채용' 도입
2012년 10월 브랜드가치 329억 달러로 글로벌 100대 브랜드 9위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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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