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금융권도 종편에 거액 투자..채널A 주주구성 논란가중

무리하게 자본금 끌어모은 정황도 잇따라

입력 : 2013-08-07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종합편성채널의 사업 승인 후 주주구성의 변동 자료가 공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채널A에 제1금융권이 대거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도 흘러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널A의 자본금 모집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사진=조아름기자)
 
7일 언론개혁시민연대에 따르면 하나은행, 하나대투증권, 국민은행 등 금융권이 채널A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가 지난 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승인장 교부 이후 채널A에 새롭게 편입된 주주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화생명(옛 대한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신탁 방식으로 109억9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출자했다. 위탁자는 하나은행(40억원), 하나대투증권(40억원),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트랜스월드(20억원), 국민은행(9억9000만원) 등이다.
 
신탁의 경우 위탁자(전주)가 금융사에 돈을 맡기면 법적 권리는 금융사로 이전된다. 그러나 운영 방식을 위탁자가 지정하기 때문에 실질적 소유권은 여전히 전주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금융권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신탁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종편에 큰 돈을 투자한 것이다.
 
부실 저축은행들이 종편에 거액을 출자했다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제1금융권까지 종편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금융사가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종편에 돈을 투자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연대는 "고객이 맡긴 돈을 대리 운용하는 금융사들이 종편에 참여했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곧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채널A가 무리하게 납입자본금을 끌어모았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채널A는 종편3사(채널A, TV조선, JTBC) 중 승인 신청 당시 방통위에 제출했던 주주 구성와 실제 주주가 가장 큰 폭으로 변경됐다.
 
승인 신청 당시 채널A에는 184개의 법인 주주가 3901억7100만원의 출자를 약정했다. 그러나 이후 26개사(14.63%)가 출자금을 조정했고 79개사(42.63%) 법인 주주가 약정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채널A는 908억4900만원을 더 끌어모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채널A는 43개의 법인주주를 새롭게 모집해 915억700만원의 납입자본금을 확보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기업 정보를 알 수 없거나, 실질적 출자자를 알수 없는 자금이라는 점이다.
 
채널A는 지난 2011년 승인장 교부를 한 달 연기했다. 많은 주주들이 빠져나가면서 자본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탓으로 풀이된다. 
 
신규 출자자로 이름을 올린 이앤티와 리앤장실업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운 회사다.
 
비금속 제품의 제조와 판매, 폐기물 처리업을 한다고 알려진 이앤티는 2011 회계년도 이후의 감사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다. 감사보고서 상에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2010년 말 자산 총액이 97억8000만원으로 나와있다.
 
그런데 4개월 후 이앤티는 채널A에 203억원을 출자해 4.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주요주주로 분류되는 지분률 5%에서 단 0.02% 포인트 모자란 수치다.
 
김상조 교수는 "어떤 중소기업이 비상장 주식에 203억원을 투자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주요주주로 올라가지 않게 세심하게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데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100억원을 투자한 리앤장실업의 경우 경영에 관련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회사다.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이 거액을 출자한 사례도 나왔다.
 
2004년 골프장 및 스키장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상장회사 고월은 2010년 말 기준으로 자본이 마이너스 156억6000만원이었다. 납입자본금 5억원이 완전 잠식됐다. 어떻게 2011년 초 채널A에 60억원을 출자할 수 있었는 지 그야말로 불가사의다.
 
게다가 지난해 고월은 대전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내 현재 법정 관리 상태다.
 
일각에서는 고월이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전 회장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래저축은행은 채널A에 1000억원의 출자를 약정했다가 출자금을 46억원으로 변경했다. 이에 그 차액을 고월을 동원해 마련해 줬다는 것이다.
 
심지어 회장이 구속된 법인주주도 있다.
 
채널A에 240억원을 출자한 도화엔지니어링의 김영윤 회장에 대해 검찰은 지난 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4대강 사업의 설계 용역 수주 과정에서 회사 돈을 횡령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도화엔지니어링의 계열사까지 합치면 출자 규모는 490여억원에 달한다.
 
김상조 교수는 "한 마디로 정리하면 채널A가 매우 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실체를 알 수 없는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것은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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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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