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젊은바람'..2·3세 행보 주목

입력 : 2014-09-30 오후 7:43:31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제약업계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창업주의 2세,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리베이트 등 기존 영업관행을 탈피하고 신약개발 등 미래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유년시절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이들은 창업주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경영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대웅제약(069620)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윤재승 부회장을 지주사 대웅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윤재승 신임 회장의 부친이자 대웅그룹 창업주인 윤영환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사실상의 왕권 승계다.
 
3남인 윤 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대웅제약은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검사 출신인 윤 신임 회장은 윤 전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5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26회 사법시험에 합격, 서울지검에서 검사를 지냈으며 1995년 대웅제약에 입사했다.
 
1995년부터 14년간 대웅제약 사장을 지내다 2009년 물러났으나 3년 만인 2012년 6월, 대웅제약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윤 명예회장의 차남인 윤재훈 부회장은 대웅 등기이사로 남았지만,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형들을 뒤로 하고 신임 수장에 오른 그는 검사 출신답게 냉정하고 차갑다는 평가다. 경영능력 면에서는 안팎으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인정 받고 있지만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포용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게 흠으로 지적된다.
 
대웅제약 외에도 지난해부터 제약업계에서는 창업 2·3세들의 전면화가 두드러졌다. 동아제약, 일동제약(000230) 등은 3세 경영인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고 녹십자(006280), 부광약품(003000), 광동제약(009290)은 2세 경영인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사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지주사 대표직에 올라 아버지 강신호 회장과 함께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의 4남인 강정석 사장은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이후 경영관리팀장, 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형제 간의 혈전 끝에 후계자로 낙점됐다.
 
녹십자 허은철 부사장의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창업주 故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의 차남인 허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존에 없던 기획조정실을 신설, 기획조정실장에 올랐다. 그간 신약개발 부문에만 신경써 온 허 부사장이 영업과 생산 등 회사 전반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새로운 부서를 신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3세들의 경영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보령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부쩍 수면 위로 올라온 모습이다. 올 초 보령제약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제약 부회장의 아들 정균(30)씨는 보령제약(003850)에 입사해 경영 일선에 합류했다. 전략기획실에 이사대우로 부임해 경영 수업에 착수했다. 김 이사는 최근 보령그룹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제약의 경우 지난해 3월 상무였던 창업주의 손자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에 시동을 걸더니, 이달 초에는 그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는 지난달 9일 타계한 故 허용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강 회장의 아들이다.
 
허 사장은 미국 트리니티 대학교 출신으로,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까지 경영전략실 등에서 부친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 역시 올 들어 꾸준하게 회사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2·3세 경영인의 경우 약학대학 등 관련 학과를 전공했거나 해외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도매상, 약사, 매약상 등으로 출발한 1, 2세대들에 비해 체계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며 "제약 오너들이 고령 등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후계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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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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