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근절되니 밀어넣기 관행 살아나는 제약업계

입력 : 2014-10-02 오후 6:03:54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제약업계 영업문화가 바뀌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투아웃제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약업계 전체의 관행으로 치부되던 리베이트는 사라진 대신 생존경쟁을 위한 영업사원들의 변종 영업이 풍선효과처럼 확산되고 있다.
 
리베이트를 단절시켰음에도 기존과 같은 영업실적을 달성하라는 무리한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영업사원은 본인의 돈으로 매출을 채워넣는가 하면 버티다 못해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내부 고발을 선택하며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기도 해 사회문제로도 번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실정.
 
국내 한 A제약사에서 10년째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 씨(42)는 매월 결산만 다가오면 스트레스에 잠을 못이룬다고 했다. 몇년 전부터 약가인하로 자연스럽게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 회사에서는 되레 인상된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고 압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규제강화로 병원이나 약국에 선물이나 접대하는데 회삿돈을 못쓰게 해서 필요한 경우 개인돈으로 접대를 해야하는 실정이라 답답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법인카드를 주면서 접대에 사용하라고 해서 수월하게 영업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 이마저도 단절됐다.
 
영업사원들이 어쩔수 없이 선택한 것은 일명 오시우리(밀어넣기)다. 오시우리란 매출압박이 심한 월말에 병원이나 약국에 주문하지도 않은 약을 일단 보내고 본인이 가서 약을 받은 후, 개인 돈으로 약값을 채워 넣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후 영업사원은 적절한 시기에 회사에 반품을 하거나 지방 병원, 약국을 돌아다니며 원가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되팔아온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를 '삥'날려서 '모다팔이' 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김씨는 "이렇게 실적 달성을 위해 오시우리하는 영업사원이 제약업계 70%가 넘을 정도"라며 "이런 영업사원들은 계속 개인돈으로 매출을 채우다가 퇴직할때 퇴직금은 커녕 빚만지고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매출 달성을 위해 모른척 할 뿐"이라며 "점점 빚이 늘어난 직원의 경우 다른 직장을 찾거나 급기야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제 접대, 리베이트가 단절된 상황이라 병원이나 약국 영업이 상당히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회삿돈 없이 영업을 하기엔 그동안의 관행이 너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라 일찌감치 회사를 떠난 동료들도 많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실적에 대한 압박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인사나 실적이 연봉에 영향 미치니까 무리한 영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더욱 어려운 것은 이번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다음엔 더 큰 목표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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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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