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빠진 원세훈 前국정원장 재판

시크리트 파일 작성자로 지목된 주요 증인 불참

입력 : 2014-11-28 오후 5:20:45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재판부가 고민에 빠졌다.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주요 증인이 원심에서 이미 진술을 마쳤고, 본인이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을 내세워 불출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서울고법 형사합의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의 심리로 진행된 원 전 원장 외 2인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국정원 직원 김씨가 참석하지 않았다.
   
김씨는 법원에 "본인이 피의자 입장에 있다보니까 법정에서의 증언이 필연적으로 본인의 피의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증언 거부권에 따라 증언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또 "이미 기억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진술했으므로 더이상 진술할 내용이 없고 앞서 진술한 것을 번복한 여지도 없다"면서 "심리적인 부담으로 인해 업무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씨의 불출석을)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사실인정에서 시큐리티 파일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기에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라면서 "김씨의 불출석은 이것으로 일단락하고 시큐리티 파일에 대한 공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된 시큐리티 파일을 작성했다고 지목된 사람이다. 시큐리티 파일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 내용이 담긴 파일로, 주요 현안과 전파 방법 등이 담겨있다.
 
변호인은 원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파일의 작성자가 국정원 직원 김씨라고 할 수 없다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변호인은 "검찰측이 시크리트 파일을 통해 입증하려는 것은 계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소된 계정을 검증해보니까 이중에는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 중인 계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적법절차에 따라 사실 조회를 하지 않았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원심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씨도 파일 작성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1심에서 진술 다 했으니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불출석 사유를 재판부가 인정해서 더 이상 (증인신문이)진행 안한다고 하면 이런 사례가 앞으로 또 일어날 것 같고, 다른 증인에게도 나쁜 선례가 되지 않을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항소심은 웬만하면 증인을 부르지 않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를 지켜야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다시 불러서 확인해보고 싶은 증인이 틀림 없을 경우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오늘과 비슷한 상황이 예상되지만 내용에 대해 물어볼 필요가 있고 의미가 다를 수 있어 보인다"면서 "어떻게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증인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증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구인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변호인은 석모 전 국정원 총무관리직 관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은 "직원들과의 공모 여부가 이번 사건에서 뛰어넘어야 할 큰 산"이라며 "전 부서장 회의석상에서 원 전 원장의 발언 내용만  떼어서 보는 것보다 전체 대화를 통해 정치관여 및 선거개입 지시, 그리고 공모 등이 없었음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음 공판은 12월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재판부는 매주 금요일 재판을 진행해 내년 2월까지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심에서 원 전 원장은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국정원법 위반혐의는 유죄가 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나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도 국가정보원법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것과 유죄로 인정된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양형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원 전 원장측은 유죄 부분인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 14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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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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