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시즌이 막을 내렸다. IT, 자동차주를 제외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다만 1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걷혔음에도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분간 종목별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 분석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기존 시장 기대치를 4.4% 상회했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지난 4년간 모든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15% 이상 하회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어닝시즌은 서프라이즈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종 전반의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김 연구원은 "경기 소비재(주로 자동차주)와 IT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컨센서스 대비로는 유가 반등의 수혜를 봤던 에너지와 필수소비재, 금융, 유틸리티 등 내수 업종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업종의 1분기 어닝시즌이 긍정적이었지만, 코스피는 횡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 자동차주의 실적이 부진했고, 개별 종목 주가도 저조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총 1위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 샤오미의 시장 확대 속에 지지부진한 추이를 보이고 있고, 현대차 등 자동차주도 엔저와 유로화 약세 국면에 힘을 못 쓰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재미없는 흐름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호적이지 않은 대외 변수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전반적인 지수 상승보다 개별 종목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 강세가 주식시장에 호의적이지 않은 시점"이라며 "주가를 억누르고 있는 외생 변수가 우호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상대적 약세 흐름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종목별 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증권가는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중소형주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배 연구원은 "다음 달 주식시장 상·하한가 제한 폭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실적 모멘텀이 양호한 중소형 화장품, 음식료, 헬스케어 관련주를 눈 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연구원도 "대외 변수 영향력이 낮은 업종 중 고유한 성장 스토리를 보유한 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화장품, 음식료, 미디어, 편의점 업종과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 고령화 관련주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