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로부터 통상협상신속처리권한(TPA)을 부여 받았다. 이제 미국을 포함한 12개 국가가 추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협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부 해외 언론은 이달 말 TPP 협상이 최종 타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TPP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 정립을 위해서는 우선 현재 글로벌 무역체제가 직면한 상황을 봐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시킨 도하라운드협상은 실패에 직면했고,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초대형 지역무역협정(mega-RTA)이 대세가 되고 있으며, TPP는 바로 이러한 mega-RTA의 하나다. 이렇듯 다자무역체제는 최대의 위기에 놓여있다.
TPP는 향후 회원국이 더 확대되면 다자무역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9위의 무역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무역체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TPP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TPP 협상 참여국가와 이미 양자간 FTA를 체결했다. 따라서 TPP 가입이 우리 상품의 수출시장 확대 차원에서는 큰 이득이 될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가 TPP 가입을 통해 실제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우리 기업의 생산 및 무역활동이 보다 폭넓게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우리 기업이 TPP 회원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거나 생산 자체를 회원국에서 하더라도 미국, 일본, 멕시코, 호주 등 모든 회원국 시장에 특혜를 받고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모든 TPP 회원국들이 특혜 수출을 위해 우리 부품 구매를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이득은 우리나라가 TPP 가입을 추진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TPP에 추가회원국으로 가입하게 되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과 매우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TPP 가입을 위해 추가로 시장 개방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TPP 가입이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경쟁정책 등 TPP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무역규범은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수용하는데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TPP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서 추가조치에 대한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TPP협상국과 양자간 FTA를 체결한 만큼 TPP 가입에 의연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입을 서두르면 우리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이번에 TPP가 타결된다 해도 각 국이 국내 절차를 완료하고 발효시키기까지의 시간을 감안하면 추가 가입협상 시기는 상당히 늦춰질 수 있다.
우리는 이 기간을 지혜롭게 써야 한다. 특히 일본과 같은 경쟁국이 아직 체결하지 못한 미국, EU, 중국과의 FTA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FTA를 통해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 방위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FTA 네트워크를 이용하려는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가 체결한 모든 FTA를 점검해,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