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준공 후 미분양 6천억원 규모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큰 리스크…유동성 위기 경계

입력 : 2015-09-21 오후 4:47:59
주요 건설사들의 준공 후 미분양이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후 미분양은 '악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건설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1일 주요 대형건설사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준공 후 미분양 액수는 5965억원으로 집계됐다. 7137억원에 달했던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건설사들의 실적에 부담을 주고 있다.
 
건설사별로는 금액 기준으로 현대산업(012630)개발이 221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3131억원)에 비해 29%가량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전체 매출액 가운데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대부분 자체사업 비중이 높아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보유 토지에 주택을 분양하는 자체사업과 달리 일반 도급사업의 미분양 분은 공사 매출로 잡혀 재무제표 상에서 확인하기 까다롭다. 때문에 자체사업으로 주택분양사업을 상대적으로 적게 한 포스코건설, SK건설, 두산건설(011160) 등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없다.
 
다음으로 준공 후 미분양액이 많은 건설사는 대림산업(1781억원)으로, 역시 전년(2018억원)대비 11%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완성주택(1781억원) 가운데 887억원은 여의도 호텔 사업 관련 재고자산이 등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006360)의 경우 작년(103억원)대비 47% 증가한 198억원으로 집계됐으며, 같은 기간 현대건설(000720)도 8%가량 늘어난 136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대우건설(047040) 243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59억원으로 조사됐다. 롯데건설의 경우 재무제표상 보유자산에 투자부동산, 미분양건물, 미완성건물, 임대분 등을 모두 포함해 구체적인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통상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개 분양에서 준공까지는 약 3년가량 소요되는데, 이 기간 동안 팔리지 않으면서 단지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데다 관리비와 수선충당금,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도 지속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 외에 집계되지 않는 미분양 물량이 있다는 것이다. 자체사업이 아닐 경우 공사 매출로 잡히는데다 '미완성주택'은 공정률에 따라 실적이 반영되다보니 미분양 혹은 완판 여부를 파악할 수가 없다.
 
A건설 관계자는 "재무제표상 자산 가운데 '완성주택'은 준공 후 미분양이라고 보면 되는데 '미완성주택'은 공정률에 따라 수치가 반영되는 것이라 이 부분은 미분양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자체사업만 해당 자산으로 분류되고 도급사업의 경우 공사 매출로 잡혀 있기 때문에 도급사업에서의 미분양과 자체사업 중 집계되지 않는 물량까지 더해지면 건설사별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또 다시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앞서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6~2007년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쏟아냈는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미분양 주택이 2008년 16만5599가구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 때 중견 주택업체들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 연체가 발생하고 금융권의 상환연장 거부 등으로 유동성이 악화돼 일부 업체는 도산을 피할 수 없었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인 분양을 통해 미분양을 털어냈고, 반대로 수분양자들은 떨어진 자산 가치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는 단순히 분양물량 증가로 인해 미분양 물량 증가로 파악하면서 미분양 우려가 기우라고 판단하지만, 앞서 2000년대 말 과잉공급→미분양 증가→주택가격 급락의 악순환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지 매우 부담스럽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이 뒷받침된다면 덜하겠지만 자칫 금리 조정 등으로 무너질 경우 부동산시장은 물론, 건설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건설사들의 '악성 미분양'이 6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지/그래픽디자이너 최원식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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