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005490)를 비롯한 철강업계가 경기 침체로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도 건설과 조선 등 수요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단기적으로 철강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어려운 시황만큼이나 업체들이 직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고로에서 선철이 제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창사 47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시황이 부진한데다 부실한 자회사 실적까지 끌어안으면서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전년에 비해 10%나 떨어진 58조를 기록했다.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에 비해 떨어졌다.
현대제철(004020) 역시 철강재 수입 증가 및 경기 침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16조1325억원, 영업이익은 1조46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에 비해 각각 3.8%, 1.8% 감소한 수치다. 봉형강 부문이 선전했지만 자동차 강판 판매단가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국제강(001230)은 지난해 19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했다. 별도기준으로는 3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하고 후판공장을 중단하는 등 사업을 재편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우울했던 지난해였지만 올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상황이 우호적이라 올해 출발은 좋다. 중국 유통 및 수출 철강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고, 구조조정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우리 업체들도 철강재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열연 및 냉연 유통 가격이 지난해 12월초 대비 각각 10.8%와 18.3% 상승했다. 북미 고로업체들도 톤당 30~40달러 수준의 판재류 가격 인상을 시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도 지난 1월 중순부터 열연 가격을 톤당 2~3만원 인상하기로 했고, 냉연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열린 중국 국무원 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철강 생산능력을 향후 1억~1억5000만톤 감축함과 동시에 신규 철강생산능력을 통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보다 정책 실행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올해 중국 최고 지도부가 철강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의 기대감은 높은 상황"이라면서 "철광석 가격이 유지되고, 중국 유통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가격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체마다 올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포스코는 오는 2017년 권오준 회장의 임기가 마무리 된다. 업계에서는 권 회장이 진두 지휘하는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다고 평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내년 임기까지 구조조정 성과가 더 나타나야 한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합병 후 맞이하는 첫 해다. 동국제강은 최근 자산 매각 등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분기부터 브라질 CSP제철소 화입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다음달 11일 포스코센터 서관4층 아트홀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최정우 부사장이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확정될 예정이다. 현대제철도 같은 날 인천광역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