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여전업은 금융업 해외 진출의 초석

입력 : 2016-03-20 오후 12:00:00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업의 부가가치 창출여력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는 업권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자동차금융시장에서는 시중은행 및 카드사와 캐피탈업계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으며,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는 각 금융업권이 시장 선점을 위한 신규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업권 간 경쟁 영역은 올해 말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정된 시장을 놓고 벌이는 업권 간 경쟁은 곧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일부 금융기관이 선택적으로 추진해온 해외시장 진출이 몇 년 내 금융권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이다. 과거 일본의 예를 살펴봐도 경기 침체가 심화된 90년대 후반부터 금융기관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해외 진출 노력이 본격화 되었으며, 그 결과 일부 금융기관의 해외수익비중은 30%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권의 해외 수익비중을 살펴보면, 자산 비중이 가장 큰 은행권이 5%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보험업권이나 투자금융업권은 이보다 더 낮은 1%대다. 이는 해당 업권의 현지 진출 국내기업에 한정된 영업 행태와 현지화를 위한 장기 전략 부재의 결과로,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한 금융 당국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향후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해외시장에 접근해야 할까. 필자의 생각에는 우선 진입 비용이 낮고 현지화 가능성이 높은 여전업에 대한 지원을 집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타 금융업권의 진출을 확대하는 단계적인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현재 국내 금융권의 주요 진출 대상인 동남아 신흥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정치권과 연계되어 있는 자국은행 보호를 목적으로 외국계 은행의 진출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경제 개발 인프라 구축과 서민 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해외 리스-캐피탈 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추고 있다. 이에 국내 여전사는 현지 소액대출시장과 할부금융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몇 년 내 일부 여전사가 현지화에 성공해 국내 금융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현지 금융당국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뀐다면, 은행을 비롯한 타 업권의 진출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사의 해외진출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회사의 현지화는 제조 및 서비스업과 비교할 때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 당국은 금융기관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현지 전문가 육성과 경제 원조를 꾸준히 추진했으며, 주요 여전사는 현지 체육 및 문화행사를 정기적으로 후원해 왔다.
 
주요 진출 대상국 금융시장 개방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금융 당국과 여전업권이 효과적인 진출 전략을 함께 마련한다면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금융 당국은 여전업권의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여전업계는 개별회사가 진행하기 어려운 현지 금융시장과 규제 관련 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해외 진출 기회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여전업은 금융업 해외 진출의 초석이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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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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