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통신시장 M&A 논쟁 자체가 잘못되고 있다

입력 : 2016-03-31 오전 9:00:00

통신시장의 최대 논란거리는 SK(003600)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계획이다. 이통사, 지역 케이블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홍보전과 상대방에 대한 비난전을 벌이고 있으며,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시간을 끌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CJ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채널 중에서 경쟁력이 없는 유통채널을 분리매각하는 것이고 SK텔레콤은 통신회사로서 자신이 전문성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흔한 인수합병의 한 예일 뿐이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가치를 위해 주주들이 회사를 팔고 사는 의사결정은 공정거래법상 소비자 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크거나 불가역적인 반경쟁 시장구조가 되지 않는 한 존중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산업은 전형적인 규제산업인데다 워낙 많은 이해당사자들과 때로는 이들의 이해를 대변한 듯한 전문가들의 주장이 난무하고, 여기에 대기업의 인수합병이다보니 일부 정치권이 반기업 정서를 앞세워 논란에 가담해 인수합병 심사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다.

 

논란이 되는 점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방송통신 서비스의 결합판매를 강화할 경우, SK텔레콤의 통신시장 지배력 남용의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다른 하나는 SK브로드밴드와 CJ핼로비전의 합병회사가 지역 케이블 방송사들에 비해 월등한 지배력을 가져 소위 방송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최근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방송통신 결합판매 가격할인에 매우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통사 모두 각각의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으니 결합 자체가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 단지 통신시장의 50% 점유율에 가까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통신시장의 지배력으로 인한 독과점 지위 남용 소지가 있는지,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시장 구조의 왜곡을 가져오는지만 판단하면 된다.

 

이 논쟁에 가담하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과 경쟁자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과 산업 구조는 선진국들과 지극히 다르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압력과 과도한 규제 권력으로 인해 특정 이통사가 약탈적 가격을 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통신 주파수의 사용 권한을 영원히 불하받는 것이 아니라 갱신을 해야 하고 사업권도 마찬가지다. 즉 규제당국이 언제든지 약탈적 가격 책정이나 지배력 남용을 수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격의 지배 권한을 가지려면 경쟁자들의 공급 능력이 달려서 지배적 사업자의 공급이나 가격 조작에 대한 대응에 제한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통신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경쟁자들의 공급 능력도 충분해서 수용의 탄력적 대응이 언제나 가능하다. 또 이통시장의 지배적 권한이 SK텔레콤에 있다 하더라도 KT는 유선망의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서 대응 수단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사전적 규제의 논리는 타당성이 낮은 경쟁사의 이권 보호 논리에 불과하다.

 

두 번째 논란은 지배적 사업자의 방송 채널 집중이 방송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해 방송의 다양성·공공성의 저하를 야기하리라는 것이다. 이런 논쟁에 대해 SK텔레콤 측에서는 더 좋은 방송콘텐츠를 생산하고 케이블 산업을 위해 투자를 늘려나가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인수합병은 기업 간 거래일 뿐인데 인수기업에게 산업 전체의 생태계를 책임지라는 식의 요구는 자유경제에서 부당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인수기업이 이를 약속하는 것 또한 건강한 시장질서는 아니다. 기업의 경영자는 기본적으로 주주의 이해를 극대화하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약속하는 것이지 산업을 책임지고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주체가 아니다.

 

현재 논란을 보면 소비자 이익 관점은 무시되고 산업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이 중심이 되고 있다. 정책당국은 기업합병의 판단 기준, 즉 소비자의 권익이 구조적이고 항구적으로 침해를 받는지, 그리고 그런 구조가 사후적으로 교정이 불가능한 것인지를 근거로 하지 않으면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어려운 시기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겠다는 원삿법을 통과시킨 명분이 없어지고 전환기 한국경제의 자율적인 자구 노력에도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규제당국이 더 걱정할 일은 원칙을 훼손하고 이전투구 싸움의 도구가 되는 일이 아니라, 방송과 통신의 결합에 의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를 통합한 이후, 그리고 이를 위해 미래부를 만들고 나서 과연 무엇을 해 왔느냐는 점이다.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 산업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고 이미 많은 방송·미디어 콘텐츠가 중국 자본에 의해 제작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도 방송과 통신산업에 적용되는 규제 프레임이 각각 다르고, 소유제한, 겸업제한, 행위제한, 광고제한 등 다중 규제를 유지한 채로 과연 미디어를 산업화할 수 있는지 아니면 조만간 산업현장의 우려대로 중국의 하청기지화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이미 너무 늦었다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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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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