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최악의 적자에서 1년 만에 'V자 급반등'에 성공한 정유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이 대거 상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5일 중·단기 정유시황과 투자계획 등을 종합해 정유기업 5곳 중 4곳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S-Oil(010950)은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AA 안정적'에서 'AA 긍정적'으로 상향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A+ 안정적'을 유지했다.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지주사인 ㈜GS의 신용등급전망도 'AA- 안정적'에서 'AA- 긍정적'으로 올라섰다.
중기적인 등급변동 가능성을 의미하는 등급전망은 '긍정적'이면 상향 가능성을, '안정적'은 유지 가능성, '부정적'은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다. 당초 한기평은 중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정제설비가 증설되면서 공급과잉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봤으나, 기대보다 실적 개선폭이 커지며 정유사들의 등급전망을 일제히 올렸다. 한기평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원화 약세와 비정유부문 실적 호조가 더해지며 예상을 넘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실적 전망이 밝은 점도 주효했다. 국제유가가 2월부터 완만하게 상승세로 돌아섰고, 비수기임에도 국내 정유사 수익지표로 여겨지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6.6~9.9달러 수준으로 높게 유지됐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한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실적을 좌우하는 PX(파라자일렌)의 스프레드는 1월 톤당 371달러에서 3월25일 기준 421달러까지 올랐다. 앞서 NICE신용평가도 최근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등의 신용등급을 상향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린 바 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평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293억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으나,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기평은 "상반기 내 현대중공업 계열에 대한 일괄 정기평가를 통해 신용등급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