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하다 출판까지…"제약영업 노하우 나눠요"

(인터뷰)손재현 코오롱제약 영업부 과장
'영업 입문서' 소문…제약사 신입사원 교재로 활용
지식기부 실천 앞장…"취준생 멘토 역할할 터"

입력 : 2016-07-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약사들이 현직 영업사원이 출간한 책을 신입사원 교육 교재로 사용해 화제다. '제약회사 취업하기 제약영업 성공하기' 저자인 손재현 코오롱제약 영업부 과장은 현장에서 겪은 일을 지난 2014년 책으로 펴냈다. 영업 노하우와 신입사원 영업 전략 등으로 구성된 책은 신입사원과 취업준비생들에게 영업 입문서로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작가 외에도 손재현 과장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적 190만명의 방문자 수를 거느린 파워블로거이면서, 취준생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 운영자이고, 의약 전문지 정기 기고자이기도 하다. 갈수록 제약업계 영업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그는 지식기부 실천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손재현 과장은 지난 2006년 코오롱제약에 입사해 제약업계에 첫발을 뗐다. 제약사 영업사원이던 친한 형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취업의 계기였다. 평소 미디어에 관심이 있던 그는 지난 2013년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2013년을 기점으로 그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창 블로그가 유행할 때라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다. 거래처를 방문하는 등 하루 있었던 일들을 적는 일기 형식이었다. 당시에는 온라인상에서 제약 영업 관련 창구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방문자 수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별이라는 필명으로 '제약영업 나눔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제약사와 업계 정보, 영업 노하우 전략, 취업과 면접 정보, 고민상담까지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2013년부터 게재된 글은 3000여개에 달한다. 하루 방문자 수는 2000여명에 달한다. 블로그 방문자로부터 하루에도 수십개의 메일이 날아오고 댓글이 달리는데, 좋은 답글도 많지만 악성 답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네가 영업에 대해 뭘 알고 떠드냐며 일이나 제대로 하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왜 욕먹으면서까지 글을 쓰나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블로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 스스로 발전 위해서다. 내가 생각한 영업 노하우를 글로 써보고 실천도 해 본다. 실천한 부분은 글로 써 반성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손재현 과장은 블로그를 시작한 2013년부터 실적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이듬해에는 실적 우수자로 선정됐고, 과장으로 특진했다. 그는 매일 2시간씩 더욱 공들여 블로그 글을 올렸다. 더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방문해 업계 내외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그즈음 출판사에서 블로그를 보고 출간 제의가 왔다. 그는 출판사의 제의에 당혹스러웠다고 당시 심정을 전한다. 인쇄물로된 직업 소개 입문서여서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책을 낼 의도가 없었을 뿐더러 책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고심 끝에 책을 출간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블로그에 산재돼 있는 글을 하나의 큰 줄기로 엮어 체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와 함께 블로그의 원고를 모아 선정하고 가다듬는 작업을 시작했다. 정해진 목차에 따라 구성이 풍부해지도록 새로운 글도 썼다. 낮에는 영업, 밤에는 책상에 앉아 집필 작업에 꼬박 1년간을 매달려 2014년 12월 '제약회사 취업하기 제약영업 성공하기'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왔다. 한별이라는 익명에서 소속과 이름도 드러냈다.  
 
책이 출간되자 취준생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작게는 영업팀에서부터 크게는 회사 전체에서 한꺼번에 책을 구입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일부 제약사는 신입사원 교육연수에 이 책을 나눠주기도 했다. 제약 영업의 전반적인 이해, 현장에서 겪은 영업 테크닉, 신입사원 영업 매뉴얼 등 영업 일선에서 필요한 노하우들이 일목요연하면서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어 업계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돼서다. 
 
손 과장은 제약 영업 취업을 희망하는 취준생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메일과 댓글을 통해 취준생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오프라인 모임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취준생을 위한 모임은 손 과장이 가장 공들이는 활동 중 하나다. 제1차 '취준생을 위한 제약 영업 모임'을 지난 2013년 열었다. 제약 영업에 대한 전반적 소개와 취업을 위한 팁, 취준생의 질의응답이 행사의 주요 내용이다. 꾸준히 매달 1~2번 개최해 현재까지 제36차까지 진행했다. 매 행사에는 취준생과 신입사원 등 3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지난 3년간 1000여명이 모임에 다녀갔다. 이중 400여명 정도는 제약사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다양한 질문이 나온다. 참가자 중에선 제약 영업을 희망하는 사람도 있고, 취업이 잘 안 돼서 오는 사람도 있다. 강의에 들어가면 제약 영업이란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보물섬'이라고 소개한다. 할 의지가 있고 자세히 알고 도전하는 사람에겐 기회가 많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보람도 있다. 하지만 단순 취업만을 위해서 뛰어드는 사람에게 제약 영업은 만만한 직업이 아니다. 거래처 20군데 다녀서 15군데서 문전박대를 당할 수 있다. 반대로 5군데 거래처를 확보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게 제약 영업이다. 취준생들은 충분히 생각하고 도전해야 한다."
 
최근에는 취준생 모임에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코오롱제약 주임급 여성 영업사원 3명이 손 과장과 함께 오프라인 모임을 꾸려 나가고 있다. 손 과장은 이들 영업사원 새내기들과 멘토와 멘티 인연을 맺었다. 코오롱 그룹은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계열사인 코오롱제약에선 손재현 과장이 나섰다. 10년차 과장의 노하우뿐만 아니라 1년차의 영업사원들의 생생한 좌충우돌 현장을 취준생들에게 전하면서 취준생 모임에서 한층 얘기가 풍부해졌다고 그는 말한다. 
 
손재현 과장의 지식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은 회사 일원으로서 코오롱제약의 인지도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코오롱제약은 2013년 코오롱제약 모범상, 올 3월에 공로상을 그에게 수여했다. 손 과장은 자신의 활동을 격려해준 회사와 동료 직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도 지식기부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취준생 모임과 블로그 정보 등을 통해 지식기부를 계속하겠다. 나중에 기회가 돼서 관리자가 되면 영업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소규모로 취준생 모임을 하고 있지만 향후 대외적으로 제약 영업직을 알리고 업계에 전체 도움이 되도록 취준생 교육 활동을 하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손재현 과장과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은 코오롱제약 여성 영업사원들. 이들은 함께 취준생 오프라인을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손 과장은 제약 영업 취준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길라잡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손재현 과장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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