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2분기 실적에서 선방하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발 철강재 상승과 건설경기 호조에 힘입어 고부가강재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2분기 매출 개선세를 나타냈다. 사진/뉴시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은 지난 22일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한 43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 2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7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감소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11일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99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에 비해 156.4% 늘었다.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인한 철강업황이 전체적으로 침체됐음에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3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가량 줄었지만 해외법인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연결 손익이 개선됐다. 국내에서는 건설수요가 늘면서 봉형강류 중심으로 생산 및 판매량이 늘었지만 당진 1고로 이상으로 인한 판재류 생산량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규격 철근과 내진성이 강화된 H형강 등 고부가강 판매가 지난1분기보다 늘어난 22만6800톤을 기록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포스코(005490)의 연결실적은 다소 주춤했지만 철강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에너지가 각각 1802억원, 16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철강부문의 실적을 깎아내렸다. 하지만 골칫덩이었던 해외 철강법인들이 국제 철강재가격 상승 덕을 보면서 비철강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 실제로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한 712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판매제품 가운데 WP(월드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은 45.2%로 전 분기에 비해 0.7%p 상승했다.
동국제강(001230)의 2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6.4% 증가한 990억원을 기록했다. 원가 상승에 따른 철강재 가격 인상분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고, 건설 성수기로 인한 컬러강판과 봉강 등의 전부문의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조선업에 좌우되는 후판 비중을 지난 2014년부터 낮추는 등의 사업구조 재편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세계철강협회(WSA·World Steel Association)에 따르면 세계 철강 수요는 지난해 3.0%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수요 감소폭이 축소되고 신흥국 수요가 호조를 보이는데다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철강경기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국 철강 및 철광석 가격이 큰 부침을 겪었지만 당분간 현수준에서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3분기에는 철강재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자동차 내수판매가 감소하고 조선업계의 수주부진이 계속되면서 주요 수요사업 전망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김영중 포스코 철강사업전략실 마케팅전략그룹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동차업계가 파업 등의 여파로 소폭 인상을 요구 중이고, 조선업계는 소폭인상에 동의하지만 대폭 인상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