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라는 극심한 계파갈등에 휩싸였다. 비박의 후보단일화와 김무성 전 대표의 지지, 청와대의 오더정치 등 그야말로 지난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당내갈등이 다시 재현되었다. 결과는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비주류 출신의 성공스토리가 신선한 감동도 주었지만, 대표적인 친박으로 알려진 호남출신의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당심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가 지금 진행 중이다. 더민주당도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총선에서 등을 올린 호남여론이 이번에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다른 하나는 주류와 비주류라는 당내여론이 지난 문재인 전 대표 시절처럼 친노/비노라는 계파갈등으로 진행되느냐 여부다. 종편을 중심으로 계파갈등을 부추기고 확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아직 당내 민심은 그에 발맞추어 가파르게 치닫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은 하나다. 바로 대선경선이다. 이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새롭게 당을 이끄는 당 대표 선거라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 당내 여론의 관심은 선출된 대표가 공정하고 투명한 대선관리를 할 수 있느냐 여부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벌어질 경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당내 상황이나 경선규칙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선주자들은 전당대회 이후 공정성과 투명성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대선경선은 여야를 떠나 당이 깨질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불러왔고, 각 후보별 캠프는 사활을 거는 전투를 치렀다. 여당이 대선경선의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해 패배하기도 했으며, 야당도 민심의 높은 정권심판 요구에도 경선갈등을 관리하지 못해 패배를 자초하기도 했다. 따라서 내년에 있을 대선의 중요한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경선 승복여부이다. 패자가 얼마나 쿨하게 받아 들이냐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돌입할 것이다. 정국은 더 날카롭고 냉랭해지고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선 방식을 두고 치열한 논란과 경쟁이 시작될 것이며, 상황에 따라 분당과 새로운 정당 창당도 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경선에서 새로운 의사결정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느냐이다. 대선경선은 당내 문제에 있어서 ‘민주주의 구현’의 문제이자, 국민여론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는가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인 문제이다.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말은 기존의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틀로 후보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좀 더 진전된 방식의 의사결정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말한다. 국민여론 또한 다양한 여론이 반영되지 않는 다수결 방식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다수결은 여러 의사결정 방식 중 하나다. 민주주의를 내실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의견을 모으는 방식을 좀 더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정치의 결점 중 하나가 소수파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집단의 여론을 정치적으로 결집시키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양당제와 소선거구제라는 지적처럼, 지금 당내 경선에서 보여주는 다수결 방식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때로는 지금 구조의 다수결 경선방식에서는 ‘3자 혹은 다자 구도’가 되었을 때 맞대결 다수결에서 ‘다른 모든 후보에게 패배하는 후보(맞대결 패자)’가 어부지리로 최다득표를 할 수 있다. 프랑스 과학자인 보르다가 표현한 것처럼 ‘2명의 운동선수가 체력을 완전히 소진한 뒤, 제 3의 약체 선수에게 진 꼴’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경선에서 다수결이라는 단순한 '민주화‘를 넘어 ’이후의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후보선출 방식을 탐색해야 한다. 오늘날 보르다 투표법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때 1위에 3점, 2위에 2점, 3위에 1점을 주는 식으로 점수를 매기고, 그 합계(보르다 점수)에 따라 전체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앞에서 말한 ‘맞대결 패자’라는 ‘제3의 약체 선수’가 제도의 허점을 통해 승자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맞대결 패자를 선택하지 않는 규칙, 다수결과는 다른 의사결정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다수파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의사결정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다수파를 위하는 것이기는커녕, 소수의 맹목적 집단을 위한 제도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다수결 방식이 아닌 보르다 투표라는 새로운 방식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가 민주적이라고 칭해지는 형식적 제도를 실질적으로 민주화 해가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기대해 본다.
양대웅 코리아 아이디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