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3년, 포스코 불황형 '흑자전환'…'건설·에너지' 등 계열사 낙제점

포스코 흑자 전환 지표에만 집중하다 비철강 주력 계열사 심각한 실적부진

입력 : 2016-12-28 오전 8:00:00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지 3년 임기가 막바지에 다 달았다. ‘위대한 포스코(Posco the Great)’를 천명하며 고강도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 체질개선에 나선 포스코는 지난해 창업 4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가 올들어 실적개선이 이어지면서 3분기 1조원 흑자를 달성했지만 속빈강정이라는 지적이다. 겉으로는 흑자로 포장을 하고 있지만 실체를 들여다 보면 사업흑자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포스코의 경우 올 1~3분기 동안 매출이 전년 대비 같은 기간보다 5조1493억원이나 줄었다. 재계에서는 포스코의 흑자 전환을 매출이 줄고도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매출 확대를 통한 성장보다는 부실 계열사 정리 등을 통해 원가절감 등 ‘마른수건 쥐어짜기식’의 단기적인 결과라는 비판이다. 

게다가 포스코를 제외한 기존 비철강업 계열사의 실적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명암이 극명히 갈렸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권 회장이 포스코 흑자 전환 지표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관심이 줄고, 사실상 방치됐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27일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포스코의 올해 매출액 컨센서스(IFRS 개별기준)는 24조2261억원, 영업이익 2조8692억원, 당기순이익 1조8310억원으로 집계됐다. 권 회장이 취임전인 지난 2013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20.6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53% 증가하는 예상치다. 
 
하지만, 이 시기 포스코 주요 계열사인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의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표면적 성과에만 치중하다 보니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3년 영업이익 4484억원, 2014년 3230억원, 2015년 2477억원으로 수익성이 매년 천억원씩 하락하고 있다. 급기야 올해 예상 영업손실이 1771억원으로 폭락하며 적자 전환할 전망이다. 포스코에너지 역시 2013년 영업이익 2266억원, 2014년 1187억원, 2015년 1390억원, 올해 298억원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최근 포스코엔지니어링 흡수합병을 결정하고 완료될 경우 부채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건설의 지난 3분기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2800억원에 달한다. 현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포스코에너지 역시 최근 연료전지부문의 적자폭 확대로 신용등급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사업부는 지난해 9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손실도 1016억원에 달해 실적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권 회장이 포스코 흑자전환에 초점을 맞춰 재무구조 개선에 신경 쓰는 동안 비철강 계열사는 방치된 것이 다름 없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이는 불만으로 표출되면서 계열사 사장들의 항명사태로 이어졌고, 임원 문건유출 사태 등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6월 전병일 포스코대우 사장은 권 회장과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고, 항명으로 받아들인 포스코그룹 수뇌부가 전 사장을 해임 처리했다. 당시 포스코대우 임직원들의 동요와 함께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임의사를 밝힌 권 회장은 지난 3년간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개선에 일조했지만 매출이 늘어나는 사업성장형 흑자라기 보다는 계열사 정리 등을 통한 허리띠 졸라메기에 가깝다”면서 ”구조조정으로 흑자가 됐지만 흑자의 형태를 따지고 보면 주요 계열사들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보여주기식 개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3월로 3년의 임기가 만료되는 권 회장이 최순실게이트 의혹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선언했다. 권 회장이 연임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그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연임 뜻을 밝힌 걸 두고 '용기냐, 만용이냐?'는 식의 뒷말들이 무성한 것이다. 
 
권 회장은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선임 과정 자체가 비선실세들의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는 검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를 거치면서는 권 회장이 최씨 등의 국정농단에 직접적, 적극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으로까지 비화된 상태다. 아직 특검수사가 남아 있다. 특검은 벌써부터 기업들이 최씨 등 비선들에게 건넨 돈의 대가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엘시티와 관련한 포스코의 행보는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의 연임 여부가 내년 1월 25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론 난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는 이사회 개최 전까지 각계 의견 수렴, 후보의 심층 면담을 통해 검증 작업을 마무리한다. 
 
지난달 12일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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