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vs박 전 대통령, 뇌물혐의 두고 칼날 공방 예상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지원·대가성 규명 관건

입력 : 2017-03-20 오후 5:26:15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국정농단 사건의 최고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동훈 형사8부장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10월27일 구성된 특수본 1기는 직권남용·강요·공무상비밀누설 등 8개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그해 12월1일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들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면서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한 뇌물수수 또는 직권남용 혐의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날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므로 먼저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선욱 롯데면세점 사장 등 두 재단에 출연금을 지원한 SK그룹과 롯데그룹 관계자를 연이어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준비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삼성그룹에 대한 승계 작업 등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213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후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사용할 말 구매비 등 실제 77억9735만원을 받고,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각각 지원받는 등 총 433억28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은 대통령이 최순실과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공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의 과정이나 경위 등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며 "최순실이 삼성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에 대해 대통령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최순실이 재산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소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할 것이지만, 이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특수본 1기 단계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이 대기업의 매출액을 기초로 출연금을 할당하고, 이에 따라 16개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지원하도록 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은 두 재단의 이사장, 사무총장, 감사, 재무부장 등 임원진과 사무실 위치를 지시하는 등 설립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러한 혐의에 대해서도 "대기업 회장과 순차로 면담을 하면서 문화·체육 분야 관련 공익사업이나 투자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 사실은 있으나, 재단에 대한 출연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며 "재단운영과 관련해 최순실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이에 대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동으로 재단을 운영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공모해 정유라씨가 준우승한 전국승마대회 감사와 관련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을 사직하게 하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과 공모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 심사 결정에 개입한 혐의 등도 밝혀냈다.
 
이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문체부 등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를 내린 적도 없고, 어떠한 보고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에게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 대해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김상률 교문수석에게 노태강을 면직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최씨의 측근 이상화 KEB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지점장을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해 승진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특검팀 수사 단계에서 추가로 확인됐다. 이 본부장은 독일에서 근무할 당시 정씨에게 연 0.98%의 금리로 38만유로를 대출해주는 등 최씨 모녀의 현지 정착을 도운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은 케이디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납품·광고 발주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롯데그룹의 지원 등에도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포스코(005490)를 상대로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한 후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도록 하고, KT(030200)를 상대로 최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 등에도 개입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 일정(3월21일)이 발표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진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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