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이제는 빗장 풀어야)②해외선 건기식에 유망 산업…정부차원 대책 마련 시급

바이오·섬유·식품 아우르는 '그린 골드'…국내 재배지는 해마다 급감 중

입력 : 2018-11-02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선입견에 발목 잡혀 뒤늦은 대응에 나선 국내 상황과 달리 의료용 대마를 둘러싼 세계 주요국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개방되는 추세다. 의료용 대마를 건강기능식품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대중교통 정류소에서 버젓이 광고를 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대마 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 유망산업으로 육성하는 등 국내와 인식과 시스템 측면 모두에서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보건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이스라엘(1992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캘리포니아주(1996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0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인 '마리놀'은 CBD와 또 다른 대마 추출물인 THC 성분의 약제버전(드로나비놀) 성분약이다. 항암 치료 이후 구역·구토 증상을 보이는 환자와 식욕부진을 겪는 에이즈 환자에게 처방된다. 이 약이 FDA 허가를 획득한 것은 1985년으로 햇수로 30년을 넘겼다.
 
또 정제된 CBD를 활용한 의약품 '에피디올렉스'는 지난 6월 FDA로부터 소아 희귀간질 적응증으로 승인을 취득했다. 대마 성분을 활용한 첫 뇌전증 치료제다. 국내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치료용으로 사용을 원하지만 현재 국내에선 쓸 수 없는 의약품이다.
 
그동안 전문의가 전문가위원회 허가를 취득한 뒤에 대마 기반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었던 영국은 다음달부터 전문의가 직접 대마 기반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게 된다. 처방 질환 역시 별도 제한 없이 의사의 판단에 맡겨진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해당 내용을 공표하며 "대마 기반 의약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위해 신속한 행동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경쟁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중국 역시 국내와 비교해 진보적인 의료용 대마 대응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못지 않게 대마와 관련한 엄벌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도 CBD 오일을 비롯한 의료용 대마의 유통은 허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직접 대마홍보에 나서, 지난 2016년 교토에서 열린 전세계 의료용 대마 활동가들의 포럼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3년부터 방문판매와 홈쇼핑 형식으로만 판매하던 대마 추출 성분의 건강기능식품의 공공장소 광고를 올해부터 허용했다. 의료용 대마를 불가피한 '필요악'의 용인이 아닌, 하나의 의약품으로 대하는 것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중국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대마 재배를 합법화해 장려하고 있으며 전세계 대마 관련 특허 600여개 중 절반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의사는 의료용 대마를 처방할 수 있으며, CBD오일과 같은 의료용 대마는 물론 합법이다.
 
이밖에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정부 산하 국영제약사 주도로 합법화를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BI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90여종의 카나비노이드(의료용 대마에서만 발견되는 80여개 성분의 화합물)가 뇌 관련 질환을 중심으로 치료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정부의 특허 수집은 대마의 의료적 효능은 물론, 산업적 잠재가치를 인정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마는 해외에서 '그린골드(Green Gold)'로 불리며 바이오산업을 비롯해 섬유 및 식품 분야 주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대마 시장 규모가 연간 34.6%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65조29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 규모는 연간 1800만달러(약 20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마 배달업체와 같은 신규 사업모델의 탄생을 비롯해 코카콜라와 같은 기존 거대기업의 대마 음료 개발 등을 이끌고 있다.
 
포도 재배지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포도밭들 역시 고부가 가치 작물로 떠오른 대마 재배지로 대거 탈바꿈 중이다. 20166년 캘리포니아주가 의료용에 이어 기호용 대마까지 합법화하면서 대마 재배 면허 농가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부 해안지대인 산타바바라 지역에선 이미 133만5000㎡의 포도밭이 대마밭으로 변경됐으며, 산타바바라 지자체 역시 대마 재배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낮추며 관련 사업을 적극 장려 중이다.
 
지난 2001년부터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 한 캐나다는 지난 17일 기호용 대마에 대한 규제까지 철폐했다. 이로써 캐나다는 우루과이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대마초의 재배 및 유통을 전면 합법화한 국가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마 복용 비율을 보이고 있는 만큼 불법 거래되는 기호용 대마까지 양지로 끌어들여, 국가가 관리하는 동시에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역시 안동시 안동포마을 농가들이 대마를 재배해 삼베를 생산하고 있지만, 해외와 달리 해마다 대마 재배 농가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8년 38만2000㎡에 달했던 재배지는 지난 2016년 1만5000㎡까지 급감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삼베 사용이 늘고 있는 데다, 대마 관련 규제에 삼베 생산에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부산물들은 사용할 수 없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문년 안동시 보건위생과장은 "항균성과 항독성, 방충성, 항습성 등의 효능을 지닌 대마가 국내에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부정적 시각과 기술상의 어려움 탓"이라며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 될 때까지 대마의 꽃과 잎에서 얻어지는 4000여종의 물질을 해외에 수출해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뿐만 아니라 섬유 및 식품 분야 대마의 잠재력을 살리기 위해선 대마재배단지 및 한의신약거점단지를 산·학·연·관 공동으로 설립해 정부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 미국 최대 대마 재배지 중 하나인 콜로라도 지역에서 대마 수확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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