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거행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행사' 영상축사에서 "새로운 길이기에, 또 다 함께 가야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정진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선언은 하나하나 이행되고 있다"며 △비무장지대 경비초소(GP) 철수 및 전사자 유해발굴 △서해5도 어장 확장 및 안정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 철도·도로 연결 준비 마무리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평화롭게 살 자격이 있다"며 "판문점 선언이 햇수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평화, 함께 잘 사는 한반도를 만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주민에게도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기념행사는 '먼, 길', '멀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1년 전 남북 정상이 만나고 소통했던 군사분계선(MDL), 도보다리 등 6곳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한·미·중·일 음악가들의 합동 공연이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영상축사를 보내 "인내심 있고 끈기 있는 노력을 통해 화합과 우호를 추구함으로써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과 주한 외교사절단, 서울시·경기도 주민 200여명, 어린이·청소년·대학생·문화·예술·체육계 인사 등 내·외빈 410명이 자리했다. 정부는 지난 22일 북측에 행사 계획을 통지했지만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전쟁의 문어구(문어귀)로 다가서던 엄중한 정세를 돌려세우고 조국통일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출발을 선언한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남한의 반통일세력과 미국의 '속도조절론'이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우리 민족 앞에는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는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이 짙어가는 속에 파국으로 치닫던 과거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에 철저한 판문점 선언 이행과 적극적인 노력을 압박했다.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에서 남북 정상이 처음 조우한 군사분계선에서 미국의 첼로 거장 린 하렐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