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의사의 양방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이해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의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관련 법안 발의 초기부터 빚어진 두 단체의 갈등은 감정적인 비방전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15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서울 용산임시회관 7층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의사가 혈액검사 및 X선 기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무면허의료행위"라며 "현대의료기기 사용 운동의 적극 전개 의사를 밝힌 최혁용 회장을 무면허의료행위 방조와 교사죄 등으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같은 입장 발표는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 선언에 따른 것이다. 한의협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부터 전국 한방 병·의원에서 첩약 처방 전후 혈액검사를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8월에는 부분적으로 10mA 이하 저출력 휴대용 X선 검사기기도 직접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한의사가 자동 혈액분석기를 운용하거나 정맥·말초혈액을 검사위탁하는 행위를 면허범위에 속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저출력 휴대용 X검사기기의 경우 명확한 규제법령이 없는 만큼 일부 병·의원을 중심으로 선도적인 사용 운동을 펼친다는 방안이다.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 복잡추나요법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의협은 즉각적인 반발을 보인다. 한의협의 기자회견 직후 '무면허의료행위를 정당화하겠다는 불법적 망발'이라고 지적한 뒤, 15일 오전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공동성명서를 통해 의학적 혈액검사를 학문적 관점과 임상적 경험이 전혀 다른 한의사가 해석한다는 것은 엉터리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또 같은 날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아동학대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약 안 쓰고 아이를 키운다(안아키)' 카페 운영 한의사의 항소기각 판결과 지난해 봉독약침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성 급성 쇼크), 당뇨병 전문의약품을 갈아넣은 한약 사용, 초음파 사기를 통한 다낭성 난소 한약 판매, 간호조무사에 물리치료 교사 등의 과거 한의원 관련 전문성 결여 사례를 소개하며 맹공을 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의원의 의료기기 사용 관련 법안이 발의된 지난 2017년 이후 꾸준히 신경전을 펼쳐져온 만큼 이해 당사자인 두 단체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올해는 한의협이 연초부터 적극적인 양방 의료기기 사용계획을 밝혀온 만큼 한동안 잠잠하던 갈등에 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15일 서울 용산구 임시회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한의사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