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유효기간 10년 제도를 시행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항공권 구매 시 현금과 마일리지를 함께 쓸 수 있는 '복합결제' 등 대안을 추진 중이지만 항공사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복합결제를 중심으로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연초 외부 연구용역을 의뢰해 받은 결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7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이 복합결제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 맞냐"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질의에 "그런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며 "현재 협의 중이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도 "복합결제를 시행하려면 마일리지를 현금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관련 시스템을 모두 재설계 해야 한다"며 "복합결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고 시스템상 당장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비행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에게 쌓아주는 일종의 '포인트'다. 그동안 사용 유효기간이 없었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10년 유효기간을 올해부터 적용하면서 대한항공은 2008년 7~12월 사이 적립액을, 아시아나는 같은 해 10~12월까지 적립한 마일리지를 없앤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 10년 유효기간을 도입하며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사진/뉴시스
이처럼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정리에 나선 이유는 마일리지가 회계상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마일리지가 쌓이자 재무 상태 개선을 위해 마일리지 소각에 나선 것이다.
항공사들은 당초 5년에서 7년으로 유효기간을 설정했다. 하지만 공정위 권고로 10년으로 재설정했고 이는 외항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긴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유효기간이 없는 미국 델타항공을 제외하고 주요 외항사들의 마일리지 소멸 기한은 2~3년이 가장 많다. 가장 긴 캐나다항공도 7년이다.
이처럼 국적사들의 유효기간이 긴 것은 맞지만 오히려 마일리지를 사용하기는 더 까다롭다고 소비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항공권 구매의 경우 마일리지로만 살 수 있어 일정 금액 이상을 모으지 못했다면 아예 사용할 수가 없다. 또 마일리지 항공권은 여유 좌석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성수기나 인기 노선은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
이런 불만 때문에 항공사들은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지만 항공권 구매 이외 사용처에서 마일리지를 사용하면 가치가 저평가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고 의원에 따르면 마일리지로 3만5000원짜리 렌터카를 빌리려면 약 13만원인 6500마일리지를 써야 한다. 업계에서는 1마일리지를 보통 20원 정도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사용처. 사진/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아시아나가 제공하는 마일리지 영화관람권도 일반 결제보다 약 2~3배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권을 구매하자니 마일리지가 모자라고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려면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 외항사는 마일리지 사용 방법이 다양한 편이다. 에미레이트항공, 싱가포르항공, 델타항공은 복합결제를 할 수 있다. 타인에게 자유롭게 양도하거나 팔 수 있는 항공사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우 가족 양도만 허용하고 있다.
에어프랑스와 KLM네덜란드항공은 항공사 쇼핑몰에서 여행용 가방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국적사들보다 유효기간은 짧지만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 소진이 더 쉬운 셈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에서는 마일리지 사용이 쉽도록 복합결제 외에 유효기간 연장이나 신용카드로 쌓은 마일리지를 카드 포인트로 역전환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용진 의원은 "항공 마일리지를 불편하게, 불만스럽게 사용하도록 만들고 고착화했다는 점이 유효기간 논란의 쟁점"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항공 마일리지 사용 유효기간을 폐지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