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기적은 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입력 : 2019-10-27 오전 6:00:00
최근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뜨거운 종목은 단연 에이치엘비다. 제법 오랜 기간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개발 성공 기대감에 주목을 받아 온 에이치엘비는 지난 6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해 주가가 폭락했었다. 하지만 최근의 회사 분위기를 바라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싶을 정도다.
 
지난달 말 유럽종양학회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성공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한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는 무섭게 치솟았다. 7월 말 2만원 턱걸이를 하고 있던 주가는 7~8배가 튀어 올랐고, 코스닥 붙박이 시총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자리를 위협 중이다. 이 모든 게 불과 3개월 안에 벌어진 기적 같은 반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의 에이치엘비 주가를 바라보며 남 몰래 배앓이를 하는 이들도 있을 법한 상황이다. 소소한 용돈벌이든, 전업투자든 1분기 만에 7배 이상 자산을 불릴 기회란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배앓이의 근원이 어디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에이치엘비 기업가치 폭락의 시발점이던 지난 6월 발표 당시 시장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극단적이었다. 회사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동시에 성공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지만, 단편적 결과를 두고 성공이냐 실패냐를 양분했던 시선이 최근 극적인 등락을 이끈 셈이다. 이는 다른 바이오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물론 이를 비난할 순 없다. 신약 개발이라는 폭발적 잠재력을 지녔지만, 현재 마땅한 수익창출이 이뤄지지 않는 기업이 대다수인 바이오텍의 '가능성'을 바라보던 투자자들이 가치제고의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신약개발의 부정적 소식에 실망감을 감추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신약개발은 오랜기간과 막대한 자금투자를 통해 이뤄지는 기나긴 농사다. 세상에 없는 신약을 탄생시키는 연구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수많은 변수들 역시 존재한다. 긴 호흡으로 냉정히 기업의 가치를 바라보지 않고 단편적인 분위기에 휩쓸려서만 기업을 바라봐선 최근 바이오업계에 필요성이 절실히 대두되고 있는 '옥석가리기'는 불가능하다. 분위기에 편승된 기업 투자는 영세한 신약 개발 기업이 뚝심있는 연구개발에 매진하기 보단 소위 '이미지 팔이'로 눈길을 돌리게 하기 쉽다.
 
에이치엘비의 성과는 아직 미완이다. 성공적 임상 결과는 회사의 분석이고, 아직 신약 허가를 획득한 것도 아니다. 등락폭의 방향성이 반전되는 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난 6월 미처 하지 못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가치 평가가 더욱 필요하다. 그래야 현재 과도기를 겪고 있는 국산신약 개발이 한 발 더 진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기적은 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산업 2부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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