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집에서 쓰는 칼럼

입력 : 2020-03-06 오전 6:00:00
일주일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며칠째 나가지도 못하고 전화와 SNS, 온라인 등으로 일을 해결하려니 여간 고달픈 게 아니다. 예전에 집에서 자발적으로 혼자 일할 때도 있었는데 정작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갇힌 느낌을 받으면서 한정된 자원으로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여온다. 
 
이번주에 잡혀있던 약속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취소했다. 아니 취소됐다. 끼니는 주로 배달음식으로 해결한다. 어떤 날은 한 번도 집 밖을 나가지 않은 날도 있다. 잠깐이라도 외출을 하면 마스크를 쓰고, 잔기침이라도 나면 주위를 의식한다. 꽤나 달라진 일상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재택근무를 견디는 까닭은 얼른 코로나19가 사라지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기 때문이다. 전국 확진자는 이미 5000명을 넘었다. 대구·경북의 증가세는 바라보고 있기 무서울 정도다. 할 수 있는 일이 기껏해야 대구·경북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정도라니, 개인이 갖고 있는 힘은 때론 너무 미약해 미안할 정도다.
 
대한의사협회와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는 현재의 확산세를 심각한 대유행(Pandemic)의 전조로 보고, 모든 국민이 단순히 방역의 대상이 아닌 방역의 주체로서 참여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코로나 19의 폭발세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3월 초에 확산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더욱 심각한 통제 불능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같은 선상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안한 ‘잠시 멈춤’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의 우한 봉쇄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물리적 통제였다면,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멈춤은 자발적인 비물리적 통제에 해당한다. 이미 전국 17개 시도, 서울 24개 자치구에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는 물리적 통제를 택할 수도 없고, 택해서도 안된다.
 
미국 CDC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목표는 대면 접촉을 줄이고 지역사회에서 사람 간 전파를 차단해 바이러스 노출을 제한하는 것이다. 재택근무, 시차출근제, 온라인 수업 전환, 근무시간 유연제, 물리적 거리두기, 집회·모임 자제, 온라인 업무 활성화 등으로 가능하다.
 
SK그룹이 재택근무 연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대차와 기아차도 자율적 재택근무, 현대모비스는 격일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다. LG그룹은 자녀가 어린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주요 계열사에서 공동 휴가,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동참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관련 단체를 필두로 중소기업들도 하나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모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본질은 사회라는 시스템의 작동을 아예 끄는 것이 아니라 유지가능한 최소한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사회가 비록 낮은 수준이지만,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면 또 한 번 우리의 시민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거대한 실험이자 사회적 운동이다.
 
우리는 지금 감염병이라는 재난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미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제는 소중한 일상을 지켜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2주, 각자의 영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과를 거두고 난 후면 이전보다 더 많이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며 웃을 수 있다. 그때를 기약하며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박용준 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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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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