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이어나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기존 공공 DNA 데이터베이스(DB)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기존 DNA DB는 방통위·방심위·경찰청이 확보한 불법촬영물과 아동성착취물 등의 영상물을 방심위가 통합 관리하고 민간 필터링 사업자가 활용하도록 제공하는 데이터 저장공간이다. 세 기관은 지난해 11월 DNA DB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웹하드(특수 부가통신사업자)에서 디지털 성범죄물이 유통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올해 5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웹하드 사업자에 적용하던 음란물 유통 방지 의무를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사업자가 포함된 일반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 사업자에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디지털성범죄물에 대한 신고나 삭제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 등 유통방지 의무 △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 △위반 시 형사처벌 등을 규정했다.
이에 방통위·과기정통부·방심위는 지난달 표준 DNA DB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디지털성범죄물를 필터링할 수 있는 DB를 기업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기존 방통위·방심위·경찰청이 구축한 DNA DB에 모듈이 추가되고 배포 대상이 확대되는 셈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디지털성범죄 영상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 사업자들은 자체 시스템이나 DB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만약 여력이 없는 중소사업자의 경우 정부가 제공하는 DNA DB를 참조한다면 디지털성범죄물 유통 방지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 DNA DB는 그대로 웹하드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도 디지털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제공하려는 취지"라며 "자체 시스템에 추가하는 등의 기술적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과기정통부·방심위는 내년말까지 일반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DNA DB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DB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25일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조주빈씨가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씨의 처벌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기존 웹하드에는 인공지능(AI)도 도입해 디지털성범죄물 유통을 방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7월 개발한 '웹하드 불법촬영물 삭제지원 시스템'을 40여개의 웹하드에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피해자가 신고한 불법촬영물에서 AI를 통해 이미지를 추출해 웹하드 사이트에서 피해 촬영물과 유사한 영상물을 자동으로 골라낸다. 시스템이 영상물을 수집하면 사람이 이를 확인한다. 피해촬영물이라고 확인되면 해당 웹하드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이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