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포스트 코로나, 대도시의 몰락인가?

입력 : 2020-06-18 오전 6:00:00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경험은 출근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 게임, 동영상 시청 등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자리 잡은 상태에서 더 확대되며 뉴노멀이 되었지만 원격근무, 재택근무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특히 장거리 출퇴근에 시달리던 직장인들에게는 출퇴근을 안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부분의 OECD 국가들보다 2배 더 긴 시간을 통근에 소비하고 있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통근 시간(편도)은 40분으로 일본 38분보다 더 길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20분대 초반이고 핀란드는 16분, 뉴질랜드는 15분으로 가장 짧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전국 평균 출근시간은 34.2분, 퇴근 시간은 11분 더 길어 45.1분이다. 전체 출퇴근 시간은 79.3분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96.4분, 인천 92.0분, 경기 91.7분에 달해 수도권 직장인들은 하루 1시간 반을 출퇴근에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조사이지만 직장인이 하루 1시간 통근으로 상실하는 행복의 경제적 가치는 한 달에 94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수도권의 하루 90분 통근은 한 달에 150만원 넘는 행복을 뺏어 간다고 할 수 있다. 장거리 출퇴근은 건강과 가정 생활도 해친다. 운동과 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비만,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통근하는 데 10분이 더 걸릴 때마다 사회적 관계가 10% 감소하고, 이혼율도 높아진다는 조사 보고도 있다. 결국 통근 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직장과 개인 모두의 만족도가 저하되고 스트레스가 증가해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가정 생활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도가 세계 최하위인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장거리 출퇴근은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교통체증, 사고,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이라는 사회적인 비용도 유발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출퇴근에서 해방돼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은 무려 60%에 달한다고 한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 실시 비율이 1%도 안됐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재택근무에 대한 만족도도 68%로 높았고, 71% 정도가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응답했다. 아마 출퇴근 하지 않아 덤으로 생긴 90분의 시간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안전이 더 커졌다는 안심이 기쁨을 더 크게 했을 것이다. 현재는 K-방역의 성공으로 소수의 기업을 제외하고 다시 출퇴근 근무로 돌아갔다. 아마 각 기업들은 재택근무에 대한 장단점 평가와 손익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SK텔레콤은 서울 도심 본사로 출근하는 대신 서울 전역과 인근 도시의 분산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도록 해 전 직원의 출근 시간을 20분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한발 더 나아가 원하는 직원들은 영구적으로 재택근무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직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에서는 조만간 재택근무가 기본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빌딩은 텅 비었으나 기업은 유지되는 경험을 하면서 기업들은 빌딩 비용 절감을 생각하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리스 CEO는 "7000명의 사람을 한 빌딩에 넣는다는 생각은 과거의 것이 됐다"고 선언했다. 고가의 사무실에 투자하는 대신 사람에 투자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컨설팅사 PwC 조사에 따르면 CFO의 4분의1은 이미 부동산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직원이 일의 50%를 재택근무 하면 회사는 직원당 연간 약 1만1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고 직원도 연간 2500~4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도심의 큰 빌딩 사옥이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도심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도심 상권,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게 돼 있다. 도심에서 소비하던 사람들은 집 근처에서 소비하게 될 것이다. 아마 이것이 강력한 대도시 분산, 지역(로컬) 살리기가 될 수도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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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