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켜낸 나백주 전 방역통제관 “구로콜센터 때 역학조사 포기할 뻔”

반 년간 코로나19 서울 방어 “앞으로 공공의료 분야 기여”

입력 : 2020-07-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전쟁 중 혼자 빠지는 느낌도 들고, 다른 직원들 고생하는데 저만 편한 것 같아 미안하다. 공직에선 제 역할을 한 것 같고, 이제 나가서 공공의료 분야에 기여하고 싶다.”
 
지난 반 년여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코로나19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거의 매일 온라인 브리핑을 도맡았던 나백주 전 서울시 방역통제관 겸 시민건강국장은 1일 공직에서 물러났다. 2014년 서북병원 원장으로 시작해 2016년부터 시민건강국장을 맡은 동안 6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서울에서 흘렀다.
  
서북병원에서 메르스를, 시민건강국장으로 코로나19를 마주했다. 2015년 메르스가 찾아왔을 때 서북병원은 이미 국내 최다 수준의 음압병상을 갖췄다. 곧바로 한 층을 비워 메르스 병동으로 바꿔 초기 혼란을 줄였다. 덕분에 서울의료원과 역할을 배분해 서울의료원은 중증환자를, 서북병원은 경증과 복합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를 진료했다.  
 
의사인 나 전 국장은 서울에 오기 전에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예방의학과 교수로 13년간 근무했다. 노숙인 자원봉사를 나가던 당시 노숙인이 아프면 목포나 마산까지 가거나 돈이 없어 검사도 못 받는 일을 접하고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후 7~8년간 대전의료원 설립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시립병원 건립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데 큰 활약했다.
 
나 전 국장은 “공공병원을 말하면 사람들은 민간병원에 돈 주면 다하는데 꼭 만들어야 하냐고 하더라. 공공병원이 하는 역할을 보여주고 싶어 서북병원에 와서 조류인플루엔자에 대비해 자체훈련을 했는데 몇 달 후 메르스가 터졌다. 이후 자리를 옮겨서도 감염병 대응 시나리오를 짜고 서울의료원에서 합동훈련을 했는데 1월에 코로나가 왔다”고 말했다.
 
나백주 전 서울시 방역통제관이 서울 중구의 한 커피숍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아무리 직원들과 미리 머리를 맞대고 훈련을 나름대로 했다고 해도, 코로나19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다른 도시에서는 확진됐어도 치료받을 곳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다 사망하기도 했는데 그나마 서울은 공공의료 인프라가 잘 돼 병상가동률이 오랜 기간 절반 이하를 유지했다. 평소 공공병원에 투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집단감염 발생 시 긴급대응반을 파견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나 전 국장은 “구로콜센터 때는 아찔했다. 대구 신천지가 터지면서 역학조사를 질본 없이 서울시 역량만으로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확진자가 막 늘었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자 전문가들도 역학조사를 포기하고 병원 진료에 집중하자고 자문했다. 여러 얘기 끝에 역학조사를 포기하는 대신 한의사·치과의사를 역학조사에 투입해 자치구 중심으로 재편해 한숨 돌렸다”고 떠올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서울은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나 전 국장은 “2차 파도가 올 것을 대비해서 중환자 진료 체계라든가 역학조사 체계를 더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웨덴에서는 앉아서 춤추는 클럽도 있다는데 우리도 종교시설, 코인노래방 등 업종이나 상황별 방역수칙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야당 시의원에게 ‘공공병원 예산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를 겪으며 생각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장애인치과병원 같은 경우에도 공공의료만이 가능하다. 섬에 살더라도 전국 어디에 있든지 소득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공공의료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일 나백주 전 서울시 방역통제관이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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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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