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보다 더 무서운 여름감기 '냉방병'

차고 건조한 실내에 면역력 저하…실내외 적정 온도차 5℃

입력 : 2020-07-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감기는 추운 날씨에 걸리기 쉬운 만큼 겨울에만 걸리는 질환이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도 감기에 걸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 에어컨, 선풍기 등의 냉방시설 때문에 실내 온도가 서늘하고 외부와의 기온 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체온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기능이 존재한다.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온도 조절 중추가 그 역할을 한다. 온도 조절 중추는 신체 곳곳의 온도에 관한 정보를 구심성 신경을 통해 전달받고 설정 온도와 비교해 편차가 있을 때 조정하는 통합적인 역할을 한다.
 
온도 조절 중추가 온도 변화를 감지하고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5℃ 내외다. 따라서 바깥기온과 실내온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신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같은 신경계의 교란은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신체기능을 유지하는 인체의 기본 대사시스템을 비활성화시킴으로써 면역력을 저하시킨다.
 
냉방병이라고 알고 있는 여름 감기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냉방이 지속될 경우에 걸린다. 또한 뜨거운 외부 온도와 달리 차갑고 건조한 실내 공기 탓에 호흡기 점막과 기관지가 마르면서 면역 저항력이 떨어져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냉방병에 걸리면 일반 감기와 마찬가지로 두통,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소화불량, 하복부 불쾌감, 설사 등 위장 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다.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냉방병에 취약해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 장기간 냉방에 노출된 후 앞서 언급된 호흡기 증상, 위장 장애 등의 관련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레지오넬라증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냉방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증이다. 에어컨의 냉각수나 공기가 균들로 오염되고 그 오염된 공기가 냉방기를 통해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레지오넬라증에는 폐렴형과 폰티악열(독감형)이 있다. 폐렴형은 만성폐질환자나 흡연자 또는 면역저하환자 등에서 주로 발생하고 발열이나 오한, 마른기침, 가래, 근육통, 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질 경우 폐농양, 농흉, 호흡부전, 횡문근 융해증,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도 감기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폰티악열은 폐렴형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임상양상을 나타낸다. 보통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에서 잘 발생하고 피로, 권태감, 근육통 등의 증상이 시작된 후 발열, 오한, 기침, 설사,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폰티악열의 경우에 특별한 치료 없이도 증상 발현 2~5일 후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냉방병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냉방을 할 때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를 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냉방이 가동되는 곳에 장시간 머물러야 한다면 에어컨의 찬바람을 직접 피부에 닿지 않게 하고, 냉방이 너무 강할 경우에는 긴 겉옷을 준비해 체온을 조절해 주는 것이 좋다. 실내 공기는 2~4시간 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 번씩은 청소하는 것이 좋다. 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찬 음료를 먹기보다 따뜻한 음료를 마심으로써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이 좋다.
 
한병덕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차갑고 건조한 실내 환경을 개선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냉방병의 증상은 대부분 좋아진다"라며 "하지만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편한 경우에는 내과 또는 가정의학과 진료 후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냉방병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냉방을 할 때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를 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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