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큰 그림 그리고 대표 현업 챙기고…IT업계 정착한 '의장-CEO' 체제

"빠른 IT 업계 대응 위해 전문경영인과 역할 분담"…네이버·카카오·넥슨 등

입력 : 2020-09-06 오후 2:37:28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창업자인 이사회 의장은 회사의 큰 발전 방향을 그리고 전문경영인은 당면한 현업에 집중하는 의장·CEO 체제가 IT 업계에 자리잡고 있다. 
 
IT 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창업자가 회장이 아닌 의장 직함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의장은 보통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의 의장을 말한다. 의장은 주로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젊지만 주요 IT 기업들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역할도 증가했다. 본업 외에도 챙겨야 할 일들이 늘었다. 이러한 회사의 현재 업무는 CEO에게 맡긴다. 회사의 미래와 현재를 의장과 CEO가 각각 맡으며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이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의 현재 직함은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다.  직함대로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신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최근에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JV) 'A홀딩스'의 초대 회장을 맡기로 했다. A홀딩스의 대표는 소프트뱅크의 미야우치 겐 CEO가 담당한다. 네이버의 CEO는 한성숙 대표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 시절 서비스1본부장을 담당했던 그는 지난 2017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한 대표는 회사의 서비스들을 직접 챙기는 한편 정부와 국회 등 외부 행사까지 아우르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네이버와 함께 국내 인터넷 시장을 이끌고 있는 카카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창업자다. 그는 과거 네이버컴과 합병해 NHN을 만든 한게임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NHN에서 나와 다시 한 번 창업하며 현재의 네이버와 함께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카카오를 일궈냈다. 김 의장도 일찌감치 회사 경영을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겼다.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부터 이제범 대표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 카카오 이후에도 이석우·최세훈·임지훈 대표에 이어 여민수·조수용 대표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카카오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직 미흡하다"며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는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NXC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과 한국 법인에는 각각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이정헌 대표가, 일본 법인은 오웬 마호니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유망한 게임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며 회사를 키웠다. 중국 시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2D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던전앤파이터'는 허민의 네오플을 인수하며 넥슨 품에 안겼다. MMORPG '메이플스토리'도 인수한 작품이다. 메이플스토리는 당시 넥슨의 이승찬 개발자가 회사를 떠나 위젯을 창업해 만든 게임이다. 김정주 대표가 위젯을 인수하며 넥슨의 게임이 됐다. 
 
넷마블도 창업자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회사의 큰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회사는 권영식·이승원 각자 대표체제로 꾸렸다. NHN은 이준호 회장(이사회 의장)과 정우진 CEO 체제다. 
 
업계 관계자는 "IT 업계는 특히 변화하는 속도가 빠른데 여기에 대응하려면 창업자 혼자 모든 것을 챙기기 어렵다보니 의장과 CEO 체제의 회사들이 늘었다"며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진 IT 기업들은 이러한 분리 체제를 더 많이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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