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가장 붐빌 점심시간 먹자골목 손님 '0'

'2단계 첫날' 거리두기 여파 심각…식당·헬스장 할것 없이 '타격'

입력 : 2020-11-24 오후 8:38:37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단계 거리두기로 당장 오후 9시 이후 저녁 손님을 놓치게 돼 타격이 크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첫날인 24일 서울 노원구 소재 '먹자골목'에서 숯불갈비집을 운영하는 박진희씨(48세)는 <뉴스토마토> 거리두기 2단계에 대한 업계 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박씨는 "원래 점심보다는 저녁 손님을 겨냥한 메뉴를 편성했다"면서 "퇴근 시간이 늦어 제시간 식사를 놓치는 손님은 식당으로 올 엄두를 못낸다"고 탄식했다. 인터뷰 시기는 점심 한복판인 오후 12시15분쯤이었으나 고객은 1명도 없었다. 박씨는 문가에서 까치발을 반복해서 들며 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오후 9시 이후 출입 제한으로 타격을 입는 업종은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있었다. 지하철 노원역 근방 피트니스 대표인 최서원씨(30대)는 "시간 제한이 크게 느껴지는데다 샤워까지 못하니 운동만 하러 오는 사람 외에는 안 오겠다고 하는 판"이라며 "다른 것보다 신규 회원이 안 늘어나는 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천묵 대한당구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 이전 고객을 100으로 가정한다면 이후에는 70으로 줄고 2단계엔 10이 더 줄어든다고 체감한다"며 "인원 제한을 38명으로 써붙였지만 코로나 이후 제한 인원에 도달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시간 제한은 법적인 제한 업종뿐 아니라 의무가 없는 여타 업종으로도 여파가 컸다. 마사지 업소 사장 어모씨(40대)는 "마사지 업소는 오후 특히 새벽에 손님을 받는다"면서 "9시 이후에는 고객 없이 불(조명)만 켜놓고 잠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벌써 월세를 3개월치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2단계가 이어지면 이전보다 매출이 50%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후 2시30분쯤 수기 장부에 적힌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이동선 PC방 사장(30대) 역시 "2단계로 전환되도 바꿀 게 없을 정도로 열심히 방역하는데 나아지는 게 없다"며 "코로나 이후 매출이 50% 줄어들었는데 나아질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 사회가 손해를 감수하면서 '방역 고삐'를 조이고 있지만 허술한 업소도 눈에 띄었다. 노원역 근처의 한 코인노래방은 오후 1시대에 방 3개 정도가 차있었으나 수기 명부는 전혀 사용되지 않아 백지나 다름없었다. 텅 빈 수기 명부 위로는 노원구에서 방역을 인증한 '클린존' 표시가 붙어있었다.
 
코인노래방은 집합금지 동안에는 방역관리 인력이 필수였지만, 집합금지가 풀린 이후에는 더이상 아니게 됐다. 코인노래방과 노래연습장은 전자출입명부(QR코드 명부)가 원칙이고, 여의치 않으면 수기 명부로 대체할 수 있으되 신분증을 확인하도록 돼있다. 이 코인노래방은 방역관리 인력이나 신분증 확인을 해줄 관계자는 커녕 입구에 '셀프카드결제 가능'이라고 붙어있어, 출입자를 살필 사람이 없다는 점을 '광고'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식당 포장 손님과 매장 고객의 거리두기가 계속 깨지는가 하면, 계산대와 고객 거리두기를 위한 바닥 표시가 음식점들에 부재하는 등 서울형 강화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들도 보였다.
 
24일 서울 노원구 소재 한 식당에서 포장 고객 및 매장 취식을 고민하는 행인이 서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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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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