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검찰 개혁 힘 실어 준 룸살롱 접대

입력 : 2020-12-11 오전 6:00:00
지난 월요일 대검찰청에 전국의 천주교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검찰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 두기 단계로 현장에 모인 이는 10명이 채 안 됐지만, 그들과 같은 생각으로 4000명에 가까운 이가 선언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들은 개혁에 미진한 정부·여당을 비롯해 최근 검찰의 우군을 자처한 야당, 여기에 언론과 사법부까지 비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혁의 대상인 검찰, 그중에서도 수장인 검찰총장이 주된 성토의 대상이었다.
 
그다음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는 전국의 개신교인들이 모였다. 전날과 같은 이유로 소수에 불과한 이들도 당일 오전까지 4000명에 이르는 교인이 서명한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 내용 역시 전날과 비슷한 취지였고, 마찬가지로 검찰과 검찰총장을 비판했다.
 
같은 날 한 사업가로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검사들의 처분이 이뤄졌다. 그 결과는 대부분 국민이 받아들이기에는 참으로 놀라웠다. 해당 사업가가 옥중 편지로 "2019년 7월쯤 검사 3명에게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일방적인 폭로가 아닌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술 접대를 받은 검사 중 단 1명만이 재판에 넘겨졌다. 청탁금지법상 처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해당 술 접대가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황당함은 물론이고 향응의 제공자를 향응의 수수자로 둔갑시켜버린 판단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한 처분이 내려진 이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검사님들을 위한 불기소 세트 99만원'이란 풍자는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없는, 현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본다. 
 
이전에도 그래왔지만, 이번 처분은 검찰 조직이 내부적으로는 얼마나 관대한 성격인지를 다시금 상기하게 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를 주장하지만, 자정 능력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이 지경 속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검찰총장의 직무 정지를 철회하라고 외치는 집단행동의 일사불란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하나하나 실명을 올리는 수고로움은 아닐지라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것이 개혁에 동참하는 진정한 자세일 것이다. 이제는 종교인만이 아닌 더 많은 국민이 검찰 개혁을 촉구할 것이다. 검찰총장 1명의 거취 등으로 개혁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 조직은 개혁의 흐름만큼은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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