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ESG 경영 '가속화'…아직 갈 길 멀다

지배구조 근본적 변화 미흡…경영 승계작업 본격화로 큰 변화 예상

입력 : 2021-01-12 오후 7: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화는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평가와 투자 지표로 자리 잡으면서 경영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지배구조의 경우 소유구조와 거버넌스 의미로 혼용돼 사용된다. 
 
1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3대 비재무적 성과를 사장단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공표한 이래로 ESG 강화에 집중해왔다. 2016년부터는 환경·공정거래·사회공헌· 동반성장·인재고용과 기업문화·컴플라이언스·안전 분야 등 비재무적 항목을 롯데에 적합하게 모델화해 임원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18일 울산 석유화학공원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해 생산 설비를 직접 둘러보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이 강조한 ESG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0년 ESG 평가에서 통합 B+를 받았으며, 지배구조 부분에서는 B를 받았다.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하며 순환출자 고리는 대부분 해소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선 롯데호텔 상장은 필수 불가결한 절차로 여겨진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적 악화로 올해도 상장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과 호텔롯데 상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인사는 유임시키면서 IPO 재추진 의사를 보였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몰 전경. 사진/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으로 계열 분리가 완료됐지만, 향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 완성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지분 매각과 관련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광주 신세계, SSG닷컴 등에 대한 지분정리가 진행될 예정으로 매각 과정에서 훼손 우려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책임 경영과 측면에서 총수 일가를 임원으로 등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사회 내 사회공헌위원회를 설치하고, 전 상장 계열사가 배당금 수준을 증가하거나 유지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기업에서 경영 승계작업 본격화 등으로 지배구조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지배구조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중 지배구조(G)가 으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상장기업 대부분은 아직도 창업주나 그 후손이 직접 경영하는 데 비해 미국의 경우 그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너 리스크' 등 후진적 지배 구조로 기업 ESG 요소에 문제가 생기면 주가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경영 전면에 나서는 유통업계 오너일가는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려고 하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은 미래 연초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SG 경영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구현해 그룹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 화력 생산·제조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연기금, 운용사 등이 ESG 가치를 지키지 않는 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을 속속 도입하면서 기업들엔 ESG 경영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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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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