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갑질' 애플, 1000억 상생기금 마련한다

공정위, 애플코리아 동의의결 최종 확정
신청 19개월만…이통사 광고기금 협의 개선
상생기금 중 400억 제조업 R&D센터 지원
아이폰 사용자 유상수리비·애플케어 할인

입력 : 2021-02-0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에게 광고비용 떠넘기기 등 갑질 혐의를 받아온 애플코리아의 자진 시정안이 받아들여졌다.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실질적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자진 시정안인 ‘동의의결’로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이 담겼다. 이 비용은 국내 중소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과 아이폰 유상수리비·애플케어 서비스 할인에 쓰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애플코리아와 협의를 거쳐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관련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의의결제는 사업자가 소비자 또는 거래상대방에 대한 피해구제 등으로 시정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신속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애플코리아와 협의를 거쳐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관련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동의의결절차는 2019년 6월 4일 애플이 동의의결을 신청한지 약 19개월만에 마무리를 짓게 됐다. 최종 동의의결에는 거래질서 개선방안, 1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안이 포함됐다. 이는 애플에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많은 개선을 끌어낸 조치라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결국 무혐의로 처리 했고 일본도 보조금 관련 부분을 조사하다가 애플이 스스로 시정하니 사건을 종결했다”며 “유일하게 제재까지 나간 대만이 부과한 금액은 8억원이고, 프랑스는 경쟁당국이 제시한 부과금액이 65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애플은 거래질서 개선방안을 통해 이통사와의 계약에서 광고 기금을 공평분담하는 원칙을 계약서에 적시하기로 했다. 광고 기금 협의 및 집행단계 절차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하는 등 이통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보증수리 촉진비용과 애플의 임의적인 계약 해지 조항도 삭제 조치하는 등 이통사의 부담을 줄인다.
 
또 현행 특허권 라이선스 조항 대신 계약 기간 동안 특허 분쟁을 방지하는 등 이통사와 신청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상호 메커니즘’도 도입한다. 최소 보조금 수준도 이통사의 요금 할인 금액을 고려해 조정하고 미이행 시 상호 협의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애플코리아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관련 최종 동의의결안에 따라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해 국내 중소기업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등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의 모습. 사진/뉴시스
 
상생 지원 방안으로는 잠정 동의의결안과 마찬가지로 1000억원 규모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키로 했다.
 
기금 중 400억원은 제조분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업 R&D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투입된다. 애플과 거래가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중소기업은 모두 지원 가능하다.
 
송상민 국장은 “품질 개선, 데이터 활용 생산성, 제조 인큐베이터 운영 등 애플이 전세계 수많은 제조사들을 관리했던 경험을 전수하는 창구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이행을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디벨로퍼(Developer)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데 250억이 지원된다. 아카데미는 연간 약 200명의 교육생을 선발해 9개월간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역 대학 등과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회적 기업 등과 협업해 혁신학교, 교육 사각지대(특수학교·도서지역 학교·다문화가정 아동) 및 공공 시설(지역 도서관·과학관) 등에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는 데에도 100억원이 지원된다.
 
아울러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상 수리 비용을 10% 할인하고, 애플케어플러스(AppleCare+) 서비스도 10% 할인해 주거나 환급하는 데 250억 원이 투입된다. 이 경우 소비자들에게는 1인당 2~3만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된다.
 
공정위는 앞으로 3년간 애플의 이행상황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회계법인을 이행감시인으로 지정해 회계적 전문성을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 감시 비용은 애플이 부담한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애플이 동의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당 2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거나 동의의결이 취소될 수 있다는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부터 애플이 거래상대방인 SK텔레콤 등 국내 이통사들로부터 단말기 광고비용과 보증수리 촉진비용을 지급받은 행위에 대해 지위 남용 여부를 심사해왔다. 이통사에 대해 특허권 무상라이선스 조건과 일방적인 계약해지 조항을 설정한 행위, 이통사의 단말기 소매가격 결정과 광고활동에 관여한 행위도 심사 대상이었다.
 
이에 애플은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건에 대해 2019년 6월 4일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공정위는 심의를 거쳐 절차를 개시해왔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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