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배터리②)'미궁' 속 화재 원인…규명 왜 어렵나

'발화점=원인' 단순 해석은 무리수…"불탄 건 원인 아닌 결과"
BMS 등 다양한 요인·조건 살펴야…배터리 업체 안이한 인식도 문제

입력 : 2021-05-04 오전 6:02:17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스마트폰·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화재로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 우려가 높지만 확실한 화재 원인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를 품고 있는 배터리 특성상 불이 나면 모두 타서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는 화재 사고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불 타는 것은 결과일 뿐 원인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화재의 근본 원인은 다른 데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원인 규명은 기초적인 배터리 과학과 전기화학에 근거해 리튬이온 분포, 이동 경로 등을 이해하고 배터리 '파괴 거동(망가지는 움직임과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코나EV 리콜 적정성조사 추진현황 보고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탑재된 코나EV 화재는 배터리 셀 제조 결함에 따른 문제로 추정된다. 지난 2월 국토부는 코나EV 화재 중간조사 결과 발표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난징(남경) 공장에서 초기 생산된 고전압 배터리 중 일부에서 셀 제조 불량(음극탭 접힘)에 따른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코나 화재의 경우 구체적인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배터리 결함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국토부 발표에 대해 이차전지 전문가들은 배터리 문제를 전기차 화재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적 접근 방식에서 발화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처럼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배터리 문제라는 식의 논리로는 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실시한 화재 조사에서 불량셀 탑재 후 재현한 화재 실험에서 불이 나지는 않았다. 국토부가 제시한 원인이 단발성 화재는 설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연발성 화재에 대해서는 입증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에너지를 가진 배터리는 발화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손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소손이 일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라 하는 건 무리수"라며 "소손을 확인한 후엔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인지 화재 피해의 결과인지를 분석해야 하나 전소된 상황이 대부분이라 원인 찾기가 아주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경우 배터리가 전력원이라고 해도 복합 화재일 때가 많아 장치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동시에 분석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화재라는 설명이다.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현대 EV스테이션 강동에서 한 직원이 코나 전기차량을 충전하고 있다.
 
코나 건보다 앞서 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ESS 화재 당시에도 배터리 문제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는 지난 2019년 ESS 화재 대책 발표 당시 원인 중 하나로 극판접힘,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배터리셀 제조 결함을 지적했다. 
 
ESS의 화재는 '연발성 화재'라는 점에서는 코나 화재와 차이가 없다. 다만 전기차와 달리 ESS의 경우 셀을 사용하는 사업자의 성격이 제각각인 점, 전기차 화재에 비해 SOC 범위가 넓다는 점 등을 비추어 봤을 때 상대적으로 자동차보다 관리가 취약하다. 이에 정부는 셀 결함 외에도 △전기적 충격 요인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및 설치 부주의 △ESS 통합관리체계 부재 등을 동시에 화재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오후 4시 49분께 충남 홍성군광천읍의 한 태양광시설에서 불이 났다. 사진/뉴시스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음극, 분리막, 양극, 전해질로 구성된 배터리로 충전과 방전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공급한다. 중요한 것은 충전도인데 박 교수는 "충전도가 70~80이상, 특히 완충상태에 가까운 충전도의 높은 에너지 밀도의 비수계 리튬계 이차전지가 가진 총 에너지 양이 수 초 안에 격발하면 발화에서 폭발로 발현이 된다"고 설명했다. 완충에 가까운 상태로 유기계 전해질에 함침된 양·음극 활물질의 반응성 때문에 폭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시스템 전장 정밀 제어를 통해서도 전지 충전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셀에서 왜 불이 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파괴거동'인데, 이차전지는 과열로 단락이 일어나기도 하고, 단락으로 과열이 생기든 폭발과 발화사고 에는 반드시 단락 현상이 선행한다"면서 "기초와 깊이가 있어야 화재 원인 규명이 가능하지만 배터리사가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따져볼 줄 모르다 보니 충방전시 배터리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ESS나 전기차를 잘 모르다 보니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만 하면 된다' 또는 '배터리를 정상적으로 쓰면 문제가 없다'는 안이한 인식에 밸류체인상 소재와 응용에 취약성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성능과 안전이 동시에 개선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배터리 선도 기업 CATL이 자동차 제작사와 협업을 통해 '셀투팩(CTP)'과 같은 차세대 기술을 내놓은 사례와 같이 배터리 고객사인 자동차, ESS 업체들과 공동개발 등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사 별로 코어셀 설계에 맞춰 최대한 품질이 잘 나오도록 하고 화재 원인을 차근차근 추적해서 들어가 성능과 안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인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화재 원인 규명과 동시에 배터리 화재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호 동신대 신소재에너지 전공 교수는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각각의 셀 온도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나 셀 하나에서 열폭주가 일어나도 번지지 않고 소멸하는 시스템 등 셀 단위 안정성을 강화하는 기술도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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