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남양유업 상한가가 보여준 오너리스크

입력 : 2021-05-31 오전 6:00:00
남양유업 주가가 모처럼 상한가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상한가까지 오른 적이 있었는지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이날의 주가 강세는 남양유업의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이 보유지분을 사모펀드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 며칠 사이에도 주가가 들썩인 흔적이 있는 것을 보면 이미 매각 진행 소식이 외부로 흘러나간 모양이다.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는데 상한가라니, 이것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홍 회장을 어떻게 바라봤는지가 이날의 주가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지분 매각의 직접적인 원인은 ‘불가리스 사태’에 있다. 남양유업의 요거트 제품 불가리스에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황당한 발표가 이 사달이 났다. 
 
사실 이번 사건만으로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그동안 켜켜이 쌓인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2013년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 사태로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이 일로 공고했던 업계 1위 자리를 매일유업에 내주게 된다. 이 일이 잊힐 때쯤 창업주의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여 사건이 튀어나왔다.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황 씨와 엮이는 것이 억울한 일이긴 한데,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이미지는 그렇게 따로따로 칸막이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다가 지난해엔 경쟁기업을 비방하기 위해 댓글부대를 동원한 것이 발각됐고 황 씨 사건이 또 겹쳤다. 여기에 올해 불가리스 사태가 카운터펀치였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홍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극성스러운 소비자들이 죄 없는 기업주를 끌어내렸다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오너 집안이 물러났으니 회사가 망할 거라는 예언 비슷한 글도 봤다.
 
어이가 없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벌어진 많은 사건사고의 최종 책임이 홍 회장에게 있다는 걸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지. 물론 황 씨로 인한 타격은 예외다. 
 
남양유업엔 홍 회장을 포함, 6명의 등기이사가 있다. 그 중에는 지송죽이란 인물도 포함돼 있다. 홍 회장의 모친이다. 1929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93세의 노인이다. 
 
이 분, 3년 임기인 이사를 10회나 연임한 것으로 돼 있다. 홍 회장보다 1회 더 많다. 이번 일로 동반사임하기 전까지 장장 30년 동안 이사회에 머물며 어떤 중요한 업무를 수행했는지 얼마나 참석했는지 모르겠다.  
 
이사 명단 아래엔 ‘독립성 강화를 위해 당사는 이사선임 시 주주총회 전 사전에 이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추천인과 최대주주와의 관계, 회사와의 거래 등에 대한 내용을 외부에 공시하고 있다’고 적혀 있는데, 지송죽 이사의 선임 배경은 공란으로 비어 있다. 
 
2013년 갑질 사태 이후 8년. 53% 지분을 가졌던 홍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뺀 나머지 47%의 주주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가지 않았을까? 
 
오너리스크가 컸던 회사라서 대주주 지분이 대형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날아올랐다. 누군가는 지분을 인수한 주체가 사모펀드라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만, 적어도 경영진이 리스크로 작용하는 일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쌍용C&E의 체질을 확 바꿔놓은 것처럼 이번에도 한앤코가 남양유업을 멋지게 정상화시켜주기를 바란다. 더불어 오너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이렇게 조금씩 사라지기를 바란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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