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축구 경기에서 누굴 어느 포지션에 선수로 기용할지 고민하는 것은, 자산관리와 주식투자에서 포트폴리오에 담을 상품과 종목을 고르는 것과 매우 닮았다. 각 선수가 가진 능력과 특징을 감안해 그 선수가 수행할 역할을 맡기고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구팀의 ‘베스트11’ 선수를 선발하는 것처럼 포트폴리오를 짜는 투자자도 있다.
베스트11이 너무 많다면,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의 올스타팀을 꾸린다고 가정해보자. 골기퍼와 수비수 2명, 공격수 2명, 그리고 후보 선수 1명이다. 어떤 능력을 가진 어느 선수를 어느 자리에 배치할 것이며 각각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 그 팀으로 어떤 결과를 노릴 것인가? 내가 감독이 돼 선수 이름 대신 주식 종목을 하나씩 올려놓는다면, 그 포트폴리오는 과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믿고 맡길 골키퍼 종목은?
골때녀에서 가장 큰 능력치를 요구하는 자리는 골키퍼다. 역대 리그마다 수문장이 안정된 팀은 상위권에 진출했다.
실수를 연발하며 연거푸 골을 내주던 선수가 거미손이 되어가는 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뿌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유난히 잘하는 선수도 있다. 월드클래스(월클)의 케시가 그 주인공이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스페인의 명문 구단 레알 마드리드의 수문장이었던 카시아스에서 따온 ‘케시아스’란 별명에 걸맞게 다른 팀 골키퍼들과 수준이 다른 방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종목들이 무너져도 최후의 수비수답게 포트폴리오를 지켜줄 수 있는 종목으론 금융과 통신을 손꼽을 만하다. KB금융지주, SK텔레콤처럼 해당 섹터 내 대형주라면 꾸준한 실적과 안정적인 배당에 대해 믿을 수 있을 것이다.
골때녀 김병지 월클 감독처럼 언제든 골대를 박차고 나올 준비가 돼 있는 골키퍼, 'FC 구척장신'의 허경희 선수는 기복이 큰 편이다. 잘할 땐 신들린 선방과 공격을 보여주는데 가끔 실수하면 멘탈이 흔들린다. 금융주 중에서도 좋을 땐 크게 오르지만 한 번씩 깊은 늪에 빠지는 증권주 같다.
(출처=SBS)
수비에 치중할까 빌드업을 맡길까?
'액셔니스타' 정해인은 골때녀 시즌1부터 함께했으나 초반 성적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골때녀 세계관의 최강자로 성장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실력이 급성장했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오랜 터널을 지나 부활했고 밀려드는 수주에 웃었고 이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를 쥐게 된 조선업이 정해인을 닮았다. 언젠가는 돌아올 자동차와도 어울린다.
요즘 골때녀는 4년 전 첫 방송 당시와는 차원이 다른 축구를 한다. 요즘 화두는 빌드업 같다. 해당 팀 감독의 전술 선호도와 연관 있지만, 하고 싶어도 빌드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빌드업 전술을 선호하는 감독들이 애정하는 선수는 '국대패밀리'의 박하얀이다. 튼튼한 후방 지킴이는 물론 공격과 수비 라인을 조율하는 필드 내 감독 역할, 필요할 때는 단독으로 치고 올라가 슛까지 하는 멀티플레이어, 삼성전자를 닮았다.
여기에 어느날 갑자기 등장해 리그 판도를 바꿔놓은 '원더우먼'의 마시마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아직 팀이 유기적이지 못해 수비수로 자릴 잡았지만, 감독이 프리 롤을 맡길 만큼 뭐든 해낼 수 있는 능력치 만렙 선수다. 그의 플레이 덕분에 팀도 조직력을 갖춰가고 있다.
마시마는 방산과 어울린다. 과거부터 꾸준했으나 해외 수출길이 열리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글로벌한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을 황제주에 올려놓은 불닭볶음면이 생각나는 선수이기도 하다.
화려한 플레이-집념-트렌드, 감독의 선택은?
이제 공격수 선정이 남았다. 공격수는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로 구분할 수 있다. 플레이메이커는 골때녀 최고 인기 스타 서기('발라드림')의 존재감이 독보적이다. 설렁설렁 움직이는 것 같은데도 상대방 수비수의 압박을 벗겨내는 드리블이나, 대지를 가르는 킬패스,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슛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서기의 화려한 플레이에 어울리는 주식은 K-뷰티 또는 K-콘텐츠다. 흐름만 잘 맞으면 미친 듯한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쏙 빼닮았다.
스트라이커 자리에 올릴 후보는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도 스트라이커 특유의 골에 대한 집중력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구척장신 팀의 이현이를 능가할 선수는 없을 것이다. 볼 소유에 대한 집중을 넘어 집착이 대단하고 어느 자리, 어느 위치에서든 원터치로 슛을 하는 선수다. 구척장신 팀의 골때녀 첫 시즌에서 허수아비처럼 휘청이고 허우적대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그 바탕엔 어마어마한 연습량이 있었다. 팀에 대한 헌신도 대단하다. 초기 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한혜진 선수가 나간 뒤 주장을 이어받아 팀이 퀀텀점프를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공지능(AI), 로봇 관련주에서 이현이를 발견한다.
스피드에 특화된 공격수 사오리는 월클의 두 번 우승에 핵심적 역할을 한 역대 최다 골의 주인공이다. 기회가 왔을 때 치고 달리는 능력이 탁월해 짧고 강한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는 바이오주가 딱이다. 이번 시즌에선 팀이 방출 위기를 맞았는데 성패의 편차가 큰 것도 닮았다.
운도 능력이다
이 밖에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골을 가끔 넣는 선수가 있어 선호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넣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운이 좋아 얻어걸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축구 팬들은 ‘인자기 급’ 위치 선정 능력도 선수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평가한다. '스트리밍파이터'의 앙예원, '탑걸'의 다영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기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게임 회사들은 여러 게임을 개발 중이다. 그 중 하나만 대박을 내면 된다. 골문 옆에 공이 올 자리에 선 게임주는 누구일까?
한편, 왕의 귀환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 정말로 '불사조' 팀이 새로 창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선수도 공개됐다. 이 프로그램이 처음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기에 골때녀의 태조 왕건이자 이성계, 골때녀의 근본으로 불리는 박선영 선수다. 이에 시청자들은 한 개 시즌에 국대패밀리 선수로 참여했다 빠진 이강인 선수의 누나 이정은과, 골때녀의 첫 번째 판타지 스타 송소희의 귀환을 바라고 있다.
한때 대박 우량주였다가 지금은 시장의 눈 밖에 난, 경기 사이클의 바닥에 있는 종목들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누가 살아 올지는 모르지만 해당 섹터의 생존 기업은 조선만큼 대박을 안겨줄 수도 있다. 석유화학과 건설이 후보다. 각각의 대표 종목은 계속 눈여겨봐야 한다. 돌아오면 포트폴리오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내공이 있는 종목을 미리 점찍어두는 것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