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항공업계가 국제선 일부 노선 운항 재개에 나서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LCC)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국제선 여객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올해 안에 흑자전환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정부가 백신 접종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하자 항공사들도 국제선 일부 노선 재개를 통해 여객 수요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8일 인천-사이판 노선을 운항한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괌 노선 운항 허가를 국토교통부에 신청했다. 국토부의 노선허가, 운항허가 등 승인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취항 일자는 다소 조정될 수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가 항공업의 마지막 고비인만큼 아직 항공업황에 드라마틱한 회복은 없지만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자 백신 접종 속도 등을 고려해 항공업 회복 수요 예측하는 차원에서 국제선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연내 흑자를 내려면 백신 접종률 제고와 함께 국제선 정상화에 속도가 붙어야 하는만큼 관계당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괌·사이판의 경우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접종자는 격리가 면제된다. 여름철 해외 휴양지로 선택하는 국가인 만큼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는 현재 주 1회 괌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국제선 노선 운항 재개를 검토 중이다.
국제선 회복 기대감에도 코로나19 이전으로 여객이 완전히 정상화가 되지 않는한 LCC들의 경영 상황이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LCC 4사(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의 영업적자는 2400억을 기록해 전년동기(1378억원)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국내선 공급을 늘렸지만 LCC간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오히려 더 악화됐는 분석이다.
LCC 업체들은 인건비·유류비 등 영업비용을 대폭 줄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의 경우 전년대비 직원들 급여는 30% 이상 급감했다. 에어부산도 26% 이상 줄었다.
재무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자본잠식률은 각각 28.7%, 42.4%다. 에어부산의 경우는 34.4%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를 말한다. 티웨이항공도 2분기 말에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채비율의 경우 제주항공이 705%, 진에어가 1794%, 에어부산 1750%, 티웨이 886%를 기록했다.
항공사들의 자구 노력에도 현금소진 속도가 빠른 만큼 연내 흑자 전환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이 정상화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는데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된다고 한들 목적지 국가의 코로나19 전파 상황, 백신접종률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업황 회복 시기를 오는 2024년 경으로 보고있다.
이에 LCC들이 올해도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처럼 추가 자본 조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상반기 중 티웨이항공은 8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면했지만 추가로 진행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진에어 관계자는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지만 이사회 의결 사안인만큼 아직은 단행 여부에 대해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어부산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제주항공의 경우 국토부에 2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고사 직전에 놓인 LCC는 정부의 재정·금융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도 코로나19 영향권에 있는 만큼 LCC의 경우 의미있는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년 시황 회복을 감안해 기간산업정자금 같은 추가 유동성 확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