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거꾸로 삼킨 제약사)②셀트리온제약, 한서제약 품고 매출 10배 '성장'

한서제약 주력 고덱스 확보…외형성장 견인
오창공장 건설로 제네릭 수익 기반 공고화
3년 만에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매출까지

입력 : 2025-07-28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24일 11: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전통 제약사의 신약개발 역량 강화나 신사업 확장 수단으로 인수되던 바이오 기업들이 이제는 M&A 시장의 새로운 인수자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바이오 기업은 물론, 역으로 제약사를 품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IB토마토>는 바이오 기업들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으로 M&A를 택하게 된 배경을 짚어보고 과거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실질적인 성공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셀트리온제약(068760)은 바이오기업이 제약사를 흡수합병한 국내 첫 케이스이자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인수한 한서제약의 주력 제품 '고덱스'는 매출 성장을 이끌며 현재까지도 셀트리온제약의 주력 제품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으며,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는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의 실적화 포문을 열며, 현재 매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제네릭 부문을 강화하며 외형 성장을 지속해 바이오-제약 인수합병(M&A)의 선례로 남게 됐다.
 

(사진=셀트리온제약)
 
한서제약 고덱스 확보하며 케미컬의약품 진출…제네릭도 강화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2009년 당시 위탁경영하고 있던 코디너스를 통해 중견제약사 한서제약을 인수합병했다. 이는 바이오기업이 합성의약품 제약회사를 흡수합병한 국내 첫 케이스로 봐도 무방하다. 코디너스는 2008년 10월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던 제품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및 유통권 계약을 체결한 회사다. 계약 체결 이듬해인 2009년부터는 셀트리온이 코디너스를 위탁경영해 오다가 같은 해 7월 최대주주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변경됐다.
 
코디너스는 2009년 5월21일 150억원으로 한서제약 주식 4087193주(24.03%)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9월8일 한서제약을 흡수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셀트리온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당시 각 사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08년 기준 코디너스의 매출이 168억원, 한서제약의 매출이 327억원으로 집계된다. 당시 합병으로 즉각적인 매출 합산 효과가 발생했고, 셀트리온제약의 2010년 사업보고서에서 매출은 402억원으로 출발했다.
 
이때 기존 한서제약의 주력 제품이었던 간질환치료용제 개량신약 '고덱스'가 바로 셀트리온제약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했다. 2010년 당시 고덱스 매출액은 19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8%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고덱스는 매출 성장을 지속하며 셀트리온제약의 간판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고덱스 매출은 680억원까지 늘어났고, 여전히 전체 매출의 14.2%를 차지하며 주력 제품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셀트리온제약은 한서제약 인수를 통해 케미칼의약품 부문에 진출하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제네릭 역량 강화에 돌입했다. 회사는 2010년 오창공장 건설 계획에 착수, 1500억원을 투입해 선진 cGMP 및 EU-GMP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합성의약품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다.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과 글로벌 허가, 마케팅에서 쌓은 노하우를 화학의약품에도 접목해 세계 제네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2015년 공장 준공 이후 공격적인 제네릭 허가와 출시가 이어졌고, 2010년 93억원이었던 기타제네릭 매출은 2024년 1152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타제네릭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3%에서 24.1%로 변화하며 여전히 공고한 수익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의 빠른 실적화…램시마로 '포문'
 
여기에 더해 인수자 측 본업인 바이오 부문에서도 빠른 실적화가 이뤄졌다. 합병이 이뤄진지 약 3년 만에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가 셀트리온제약의 실적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201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 '램시마'의 제품 허가를 획득했고, 셀트리온제약이 램시마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며 해당 연도부터 1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빠른 연구개발 실적화에는 한서제약의 인수를 통해 국내 제약 유통·판매 시스템을 확보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이전 한서제약은 의약품 제조판매를 지배적 단일사업부문으로 둔 업체로서, 영업부 직원이 약국과 병의원을 직접 방문해 판매하거나 도매상을 통해 국공립, 종합병원에 입찰해 판매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영위했고, 별도의 종합병원사업부도 꾸리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바이오기업은 주로 종합병원, 대형병원 위주로 임상을 진행하는 만큼 통상적으로 제약사와 거래처 및 사용처가 동일하다는 이점이 있을 수 있다"며 "또한 일부 실험실이나 실험 장비 같은 경우에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R&D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램시마의 연간 매출액은 4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램시마 이후로도 셀트리온이 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허쥬마' 등이 판매 대열에 합류하며, 지난해 기준 각각 114억원과 213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셀트리온제약은 한서제약 인수합병을 통해 고덱스라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캐시카우를 선점하고, 제네릭 사업 강화를 통해 수익기반을 공고히 했으며, 이를 토대로 피인수기업을 활용해 본업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을 실적으로 개화시킨 모양새다. 이로 인해 회사 매출은 합병 이듬해인 2010년 402억원에서 지난해 4778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셀트리온제약 사례의 경우 시간적인 갭이 있긴 하지만 이상적인 지향점으로써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매출을 맞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전혀 연관이 없는 사업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건설적인 방향"이라며 "바이오 기업이 결국 지향하는 바는 신약 개발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도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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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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