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벌 쏘임' 증가…벌독 아나필락시스 주의보

쇼크사·정신적 후유증 위험…트립타제 검사 권장

입력 : 2021-07-07 오전 6:00:00
꿀벌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옥상 벌통에 꿀을 모으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이른바 '도시 양봉'이 늘어나면서 벌 쏘임 사고와 같은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철은 기온이 상승하면서 벌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기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벌에 쏘이면 해당 부위만 붓고 아픈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중증 반응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xis reactions)이 발생할 수 있어 경각심이 요구된다.
 
벌 쏘임 증상은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 벌에 쏘인 부위에만 통증을 느끼는 이도 있는 반면 몸 전체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위경련, 자궁수축, 설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인두·후두나 기도 위쪽이 심하게 부으면서 쇼크가 일어나면 사망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증상이 다른 것은 면역 체계와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벌독 알레르기 환자가 벌에 쏘인다면 더욱 위험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 몸에는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을 인식하는 비만세포가 있는데, 항원을 인식하면 항원과 싸울 수 있는 세포들을 불러들이는 히스타민(Histamine)을 분비한다.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늘리고 상처 부위에 부종과 통증,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벌독 알레르기 환자가 벌에 쏘이면 과다한 히스타민 분비로 혈액이 지나치게 빠져나와 혈압이 떨어지고 몸이 붓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부작용이 심해지고 적절한 응급조치가 없으면 쇼크사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치료 후에도 정식적 후유증을 동반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에는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환자들이 다양한 정신질환을 동반한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성인 환자 203명 중 41.4%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났고, 이 중 56%는 그 정도가 심각했다. 또한 23.2%는 불안장애를, 28.1%는 우울증을 호소했다.
 
벌에 쏘이고 중증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비만세포 활성화 정도를 확인하는 트립타제(Tryptase) 검사로 아나필락시스를 진단할 수 있다. 트립타제는 비만세포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증상 발현 시점의 트립타제 수치와 평상시 기본 수치를 측정하면 아나필락시스인지 확인할 수 있다.
 
벌독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하려면 가까운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방문해 간단한 혈액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소방관이나 양봉업자 등 벌에 자주 노출되는 환경에 근무하면 더욱 권장된다.
 
관련 검사로는 '이뮤노캡 벌독 알레르기 검사'가 대표적이다. 벌의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12만종에 달하지만 벌독 알레르기 환자들은 대부분 꿀벌, 말벌, 땅벌 등 특정 종류의 벌독에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 벌독 항원 검사를 실시하면 벌독 알레르기 유무뿐만 아니라 어떤 종류의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벌독 알레르기 환자의 절반은 꿀벌독과 말벌독에 동시 양성(Double positivity)을 보인다. 이는 어떤 항원에 의해 만들어진 항체가 항원과 성질이 비슷한 물질에 대해 반응하는 교차 반응(Cross-reactivity)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벌독 성분항원 검사를 통해 동시 양성과 교차 반응을 구분해 원인 벌독을 확인해야 한다.
 
이지원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벌 쏘임 사고 위험성이 높은 환경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이들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사전에 벌독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라며 "벌에 쏘인 후 중증 반응을 경험했을 경우 트립타제 검사를 통해 아나필락시스인지 확인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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