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초기부터 국선변호인 조력' 형사변호공단 설립된다

법무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

입력 : 2021-07-13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피의자가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해 법무부 산하에 두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과 법률구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미성년자, 70세 이상인 자, 농아자,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혐의로 출석 요구를 받는 경우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대상자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때 형사변호공단에 이를 통지하고, 형사변호공단은 피의자 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
 
필요적 국선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에 따라 경제적 자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피의자의 신청에 따른 심사를 거쳐 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 피의자가 형사변호공단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신청하면 형사변호공단이 경제적 요건 등 심사를 진행한 후 피의자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된다.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비교. 자료/법무부
 
수사 종결 시까지 상담·신문 절차 등 참여
 
형사변호공단에 의해 선정된 국선변호인은 수사 초기부터 수사 종결 시까지 피의자와의 상담, 피의자신문 절차 참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등의 방법으로 도움을 주게 된다. 
 
그동안 피의자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와 체포·구속적부심을 청구한 경우에만 국선변호인이 선정됐고, 그 이전 초동 수사 단계에서는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됐던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됐던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지적장애인인 피의자에 대한 폭행과 자백 강요가 문제 됐던 '삼례나라슈퍼 사건'과 '낙동강변 살인 사건' 등의 사법 피해자 모두는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었고, 수사기관의 자백 강요, 고문, 가혹 행위 등에 의해 피해를 봤는데도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사례에 해당한다. 
 
법무부는 지난 2017년부터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고, 2019년 11월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피의자 국선변호운영위원회'를 두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과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변호 대상자와 운영 주체에 관한 이견 등으로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고, 현재까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도입이 지연돼 왔다.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은 이번 제도 도입에 관해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유관기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운영에 대한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면서도 개별 변호 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운영 주체를 구상했고, 그 결과 법률구조법인의 한 유형으로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법률구조법인은 법률구조법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의 기본적 인권 옹호와 법률 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돼 법무부에 등록된 법인을 말한다.
 
이에 대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에는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이 투입되므로 운영 주체를 정함에 있어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그와 동시에 피의자 국선변호인의 독립적인 변호 활동도 보장돼야 한다"며 "기관 운영에 있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관 부처에 의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므로 피해자 국선변호 사업수행, 법률구조법인 관리·감독 등 법률구조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법무부가 관리·감독 기관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형사공공변호공단 이사회 구성. 자료/법무부
 
이사회가 변호인 관리·운영 규칙 자율 제정 
 
특히 검찰청을 소속 기관으로 둔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운영하면 국선변호인의 선정과 변호 활동에 있어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우려에 대해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과 변호의 독립성 보장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형사변호공단 이사회는 법원·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가 각각 3명,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각 1명을 추천하는 등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또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법원·법무부·변협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이사 1명씩을 각각 포함하도록 해 법조 직역 외의 민간 영역도 참여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형사변호공단의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며, 그중 피의자 국선변호인 선발과 위촉·해촉에 관한 기준, 업무평가 방식, 보수, 명부 작성, 선정 기준과 방식 등 운영과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했다. 
 
또 형사공공변호공단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 변호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변호인 선정·평가 등 국선변호인의 관리·운영을 위한 규칙은 법무부 장관의 승인 없이 이사회 결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이 감사를 선임하거나 이사를 해임하는 경우, 회계·재산 등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고자 할 때는 유관기관인 법원행정처장, 변협 협회장의 의견을 사전에 청취하고, 최종 결과를 통지해야 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상갑 국장은 "제도가 도입되면 형사변호공단에 의해 선정된 피의자 국선변호인이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국민을 위해 수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러한 절차를 통해 수사기관에 의한 적법 절차 위반과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점검해 수사과 정에서 인권침해를 받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출석 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변소하지 못하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 국가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줌으로써 피의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수사 단계에서의 변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것"이라며 "국민은 그들의 책임에 맞는 수사기관의 처분을 받게 돼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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