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세계 최초 ‘인앱결제 방지법’, 진통 끝 처리…일부 중복 조항 삭제

'언론중재법' 놓고 여야 충돌에 처리 지연
금지행위 조항 중 공정거래법과 중복 규제 우려 남은 조항 제외
방통위원장 "시기를 놓치면 실효성 발휘할 수 없어…공정위와 협의"

입력 : 2021-08-25 오전 5:25:04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일부 조항을 삭제한 상태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핵심 조항은 유지됐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중복 규제 문제를 지적한 금지행위 관련 조항 2개는 빠졌다.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변경이 코앞으로 다가와 법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한 방통위가 규제 권한을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진/공동취재사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5일 오전 2시10분 께 전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처리했다. 언론중재법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면서 원칙적으론 날짜를 넘긴 상황이지만, 여당이 이날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가능성이 있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이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다. 앱 개발자(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 대한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법사위에서 금지행위 관련 조항 2가지가 제외됐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대표적인 반경쟁 행위라고 지적하며 추가 숙려를 요청했다.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 국회는 이를 조정했다. 법안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지만, 오는 10월로 다가온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 발 양보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도 "여기서 계속 논의를 끌어봐야 법안 통과만 안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았다"며 "공정위 입장에서는 인앱결제 자체를 자신들이 규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앱마켓의 갑질과 관련해 인앱결제 강제와 앱 심사지연·삭제 등은 막았으니 성과가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제외된 조항은 앱마켓 사업자의 금지행위를 다룬 제50조 1항의 10호와 13호다. 10호는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 콘텐츠 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를, 13호는 '그 밖에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한상현 방통위원장(왼쪽)이 법사위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일부 조항과 관련해 중복 규제 논란이 있어 이 부분을 길게 논의하면 좋겠지만,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해서 개발자들이 시기를 놓치면 법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를 지속했다"며 "공정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양 부처 간 협의를 이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법사위 의원들은 앱마켓 규제와 관련한 공정위 처리가 좀 더 신속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지조항 두 가지가 삭제된 만큼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해야 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공정위의 구글의 반독점·반경쟁 관련 조사가 3~4년을 끌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공정위에 한계가 있다면 양 기관이 협의해서 방통위가 할 수 있는 것을 바로바로 하시라는 거다"고 당부했다. 
 
법사위원장 대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앱마켓 (입점) 기업은 공정위를 못 믿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이런 식으로 권한을 조정했는데 다시 이런 소리가 나오면 공정위가 뭐라고 해도 법이 개정될 것이다. 유념하시라"고 꼬집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지난 24일 시작한 법사위 전체회의는 언론중재법이 변수로 작용하며 자정을 넘어 차수까지 변경하며 이어졌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언론중재법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강경히 맞서면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후순위로 밀렸다. 결국 여당의 법사위 진행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은 오전 1시께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울러 삭제된 부분은 법안의 핵심이 아니며, 업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50조 1항 9호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한국 국회가 선제적으로 글로벌 흐름에서도 맞는 법을 제정했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낀다"며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한편,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공포와 동시에 시행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 방식 강제를 막는 법이 등장하는 것이다. 단, 정부의 앱마켓 실태조사 관련 조항만 시행령 등 정비가 필요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전 세계 각국에서도 구글과 애플 등 거대 앱마켓 사업자의 반경쟁 행위를 저지하는 법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연방정부 상원에서 '열린 앱마켓 법'이 발의됐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도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행위 규제를 시작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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