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검장 "아직 늦지 않았다…의원님들, 양심·소신껏 표결해달라"

"검수완박, 내용·절차 모두 명백히 부당"
"심각한 혼란·국민 고통 두렵지 않은가"
"검찰의 업보라면 달게 꾸중 들을 것"
"애먼 국민들 불안·불편 만들지 말아달라"

입력 : 2022-04-27 오후 2:43:4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내용도 절차도 명백히 부당합니다. 그로 인한 심각한 혼란과 국민 고통이 두렵지 않은지요? 이 모든 사태가 검찰의 잘못이라고 업보라고 하신다면 달게 꾸중을 듣겠습니다. 하지만 아무 잘못 없는 애먼 국민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권순범 대구고검장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둔 국회를 향해 "아직 늦지 않았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권 고검장은 국회의원들을 향해 "소속 정당의 거수기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표결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는 권순범 대구고검장.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권 고검장은 2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법률일부개정안이 내용뿐만 아니라 그 절차까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의 수사 개시 대상 범죄는 불과 2주만에 6개에서 0개로, 다시 한시적으로 2~3개로 너무 가볍게 바뀌었고, 검사의 보완수사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이 중재안으로 제시된 지 4일만에 법조문으로 성안됐다"며 "명분으로 내세운 별건수사 금지와 하등 관계가 없고, 실무나 학계에서 이해조차 힘든 생소한 사항을 이렇듯 쉽고 간단하게 법규범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제기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문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급조된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 고검장은 "형사사법절차에서 인권을 보호하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이렇게 졸속으로 개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을 오점이고 국제사회에서도 웃음거리가 되고도 남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권 고검장은 해외에 검사의 수사기능을 전면 금지한 사례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권 고검장은 "그런 나라가 있다고 하면 실제 그 나라 법조문까지 내놓으라고 하시고, 형사소송법을 이처럼 초고속으로 바꾼 나라가 있는지 알아보시라"며 "법조 실무가들이 제기하는 사건 지연·처벌 공백 등의 문제점이 법안에서 해소됐는지 점검해 달라"고 했다. 
 
권 고검장은 마지막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권 고검장은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반박하며 즉시 사의를 표했다. 권 고검장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한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