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 방치하면 골반염으로 악화…20대 관리 중요

1년에 한 번 산부인과 찾아 정기검진 권고

입력 : 2021-09-01 오전 6:00:00
서은주 세란병원 산부인과 과장. 사진/세란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질염은 여성들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하게 발생하는 만큼 적절한 관리와 치료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만성화된 질염은 골반염으로 악화해 극심한 통증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20세 이상부터 골반염 환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시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골반염은 여성의 골반 안에 있는 자궁, 난소, 나팔관 등에 염증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자궁 경부는 세균이 자궁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자궁 경부가 성병의 원인균에 노출되면 자궁 내부와 주변 생식기관에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외부 감염의 위험이 높은 시기인 생리 기간이나 분만 시 발생 빈도가 높고, 20~40대 여성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골반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19만5037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40대 여성 환자가 14만1527명으로 전체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발병 빈도에 따른 연령대별 환자 수 추이를 보면, 10대 이하 환자가 4467명에 그친 반면 20대 환자 수는 4만7243명으로 증가했다. 10대 환자에 비해 20대 환자가 약 10배 이상 많은 셈이다.
 
골반염은 여성의 질에 번식하고 있던 원인균이 자궁을 통해 상행성 감염을 일으키면서 발생하게 된다. 원인균은 임질균과 클라미디아균이 대표적이다. 임질균은 임질을 일으키는 병원균으로 요도, 자궁, 눈의 점막 등을 통해 감염되며 고름이 되어 요도로 흘러나온다. 과거에는 페니실린 제제로도 치료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항생제 남용으로 페니실린 제제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클라미디아균은 성병을 일으키는 균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진 균종이다. 최근에는 남성 불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러 파트너와 성관계를 맺거나 자궁 내 피임 장치를 삽입한 경우 골반염 발병 위험이 커진다.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만성적인 질염으로 인해 자궁 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거나 질염과 자궁경부염이 제때 치료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 질염을 자주 앓고 있으면서 심한 아랫배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골반염의 전조 증상일 수 있으니 평소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골반염을 앓으면 일반적인 질염 증상을 넘어 골반통,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월경량이 평소보다 많아졌거나 배뇨 시 불편함, 성교통 등이 느껴지는 것도 골반염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이다. 만성적인 질염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미루는 것보다 평소보다 심한 하복부 통증과 질 분비물 증가 등이 관찰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골반염은 질 분비물 검사와 혈액염증반응검사, 초음파 검사, 복부 CT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골반염은 세균의 감염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환자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 치료로 호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골반염의 진행 정도가 심한 수준이라면 고름을 짜내는 배농배액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골반염으로 인해 염증이 나팔관과 복강에까지 퍼지게 된다면 불임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서은주 세란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20~40대 젊은 여성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골반염은 검진을 통해 조기 치료와 예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면서 "만성적인 질염을 앓고 있다면 1년에 1회는 산부인과를 찾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을 권한다"라고 설명했다.
 
서 과장은 이어 "여름철에는 통풍이 잘되는 하의를 착용하고 질 분비물이 평소보다 많아지거나 발열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항생제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 자세를 갖는 게 좋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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