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배터리 1위에서 밀려난 이유

대규모 리콜 등 품질 이슈로 사업 매각
"원인 규명 못 하면 기업 전체 흔들리 수도"

입력 : 2021-09-02 오전 6:03:13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의 리콜이 잇따르면서 품질 이슈를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니처럼 관련 사업을 매각하거나 현대차같이 수년간 몸살을 앓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다니엘 플로레스 GM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LG가 결함 없는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확신할 때까지 리콜을 진행하고 볼트 생산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현재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2017~2022년형 볼트 EV와 2022년형 볼트 EUV 등 약 14만 대에 대한 리콜을 추진 중이다.  
 
GM이 리콜을 추진하는 태도는 단호하다. 품질 논란이 없는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지난 1990년대 이후 이차전지 분야에서 주류로 자리 잡고 있지만, 열이 나 충격을 받을 경우 폭발할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GM은 배터리가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안전을 위해 생산 중단이 최선이라 판단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전기차 화재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는 만큼 최악의 경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003550)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LG엔솔은 추진 중이던 기업공개(IPO) 일정을 미루는 결단을 내렸다. 배터리 셀을 공급한 LG엔솔과 모듈을 제작한 LG전자(066570), GM 3사는 화재 원인과 관련한 공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 리콜 조치 방안 도출과 함께 제품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도 개발해 곧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품질 이슈를 해소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제품 리콜 과정에서 품질 이슈를 잡지 못해 무너진 기업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리튬이온 배터리 원조이자 업계 1위를 달렸던 소니 에너지·디바이스가 대표적이다. 소니는 '최초가 늘 최고가 되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소니의 경우 지난 2006년 6월 일본·미국 등에서 발생한 노트북 화재 이후 델·애플·파나소닉·도시바·IBM 등의 연쇄 리콜 발표가 나오며 품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소니는 같은 해 9월 전 세계 노트북에 탑재된 배터리 자체 리콜을 결정했다. 잇단 리콜에 소니의 재정적 부담은 커졌고 배터리 품질 관리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확대됐다. 결국 소니는 일본 전자회사 마쓰시타와 산요전기(현 파나소닉)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줬고, 지난 2016년 10년 만에 일본 부품 대기업 무라타제작소에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부를 매각했다. 
 
품질·위기 관리 실패로 기업이 파산에 이른 사례도 있다. 세계 2위 에어백 업체인 일본 다카타는 '죽음의 에어백' 논란 끝에 지난 1933년 창립 이후 84년 만에 파산했다. 최초 에어백 결함이 발견된 것은 지난 2004년으로, 다카타는 에어백을 부풀게 하는 인플레이터 장치에서 발생한 금속 파편이 튈 수 있는 결함을 알았지만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2013년 이후 도요타·혼다·닛산이 리콜을 선언했고 GM은 쉐보레 크루즈 판매 중단에 나섰다. 미국 연방검찰은 다카타 조사에 착수했고 2017년 1월 미 법무부는 다카타가 에어백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것을 유죄로 판단하고 10억 달러(한화 1조1600억원)의 벌금을 내렸다. 다카타 에어백 결함에 따른 사망자는 당시 전 세계적으로 17명, 부상자는 180명에 이렀다. 부채 총액만 1조엔(한화 약 10조5000억원) 규모에 달했던 다카타는 결국 같은 해 6월 파산을 신청했다.
 
소니나 다카타처럼 최악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집단소송에 따른 리스크로 곤욕을 치른 기업도 있다. 현대차(005380)의 경우 지난 2015년 직분사(GDi) 방식을 적용한 세타2 엔진 결함으로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최초 현대차는 '엔진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같은 해 9월 미국에서 YF소나타 47만대 리콜을 시작으로 산타페 119만대, 국내 차량 17만대 등의 리콜이 이어졌다. 이듬해 2016년 현대차 내부 공익제보자가 "세타2 엔진 자체 결함이 있다"고 폭로를 했고 시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이에 집단소송이 빗발쳤다. 현대차는 2019년 미국 세타2엔진 관련 집단 소송 화해안에 합의했고, 국내 결함 차량 엔진에 대한 평생 보증 계획을 발표했다. 
 
볼트 EV 차주들은 지난 2월 미국 미시간주 동부지방법원에 GM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걸어둔 상태다. 미국 내에서는 기업들이 집단소송에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무는 일이 흔하다. GM이 전격 리콜을 통해 사태를 수습해나가고 있지만, 집단소송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배터리 결함을 근거로 LG 측에 보상 요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안전 측면에서 LG가 배터리 품질 이슈 해결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엔솔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과 ESS 화재가 연속해 발생하는 가운데 일련의 화재와 관련해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화재 시 폭발적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원인 규명이 어렵다. 앞서 현대차(005380) 코나 EV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셀 불량 '음극탭 접힘'이나 이번 GM이 제시한 '음극탭 결함(찢김)과 분리막 접힘'도 어디까지나 화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근본 원인은 아니다. 배터리 셀의 문제인지, 모듈의 문제인지도 단정할 수 없다. 
 
LG엔솔의 잇단 리콜 사태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겪는 성장통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차전지 전문가는 LG엔솔이 당장 품질 이슈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상당한 비용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LG엔솔이 겪는 위기는 전지 안전성 문제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은 2000년대 소니 에너지텍 몰락 사태와 비슷한 상황으로 성장통이 아니라 성장판 붕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리콜 추진 과정에서 GM과 LG 입장의 차이를 봤을 때 내부 혼란이 극심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만큼 배터리 기술 불확실성을 해소에 전념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후발 주자들의 기술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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