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민주당 격전지 호남 추석민심 탐방…"변화 요청하는 민심에 답해야"

17~19일 호남 민심 취재…광주·전남 "당 안 본다, 사람만 본다"
"'대장동 의혹' 본선서 문제될 것"…호남서도 '홍준표 좋다' 감지

입력 : 2021-09-22 오후 5:10:57
[전북·전남=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의 최대 분수령인 '호남대첩'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5·26일 호남권 경선에 대비해 이재명·이낙연 후보 등은 추석 명절도 반납한 채 호남을 방문,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 민심은 국민의힘 경선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통해 윤석열·홍준표 후보 등이 지지율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두 후보에 대한 우호적 시각이 호남에서까지 감지돼서다.
 
취재팀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광주와 전남, 전북의 민심을 취재했다. 20대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호남 민심은 "정당은 안 보고 사람만 보겠다", "변화 요청에 대한 민심에 답하는 후보를 찍겠다"는 의지가 단호했다.
 
"민주당 마음에 안 든다…변화시킬 후보라야" 
 
호남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광주시 동구 금남로였다. 이곳은 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광주 시민들이 대치한 역사 현장이었다. 금남로 한켠의 전일빌딩245는 당시 계엄군이 쏜 총알 245발의 흔적을 아직도 묵묵히 품은 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만행을 증언하고 있다.
 
취재팀은 금남로 앞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포함해 선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민주당 마음에 안 든다"며 거침없이 답했다. 금남로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김모씨는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하는 꼴 보고 마음을 접었다"면서 "4·7 재보궐선거 때처럼 민주당이 다 하겠다는 교만과 독선을 안 고치고는 내년에 큰일 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위엔 '민주당 후보로 홍준표가 나오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고까지 전했다. 
 
광주 시민이 '홍준표' 석 자를 언급한 건 민주당이 그만큼 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0대 최모씨는 "호남 사람들은 결국 선택지가 민주당뿐이고, 민주당이 욕을 먹는 건 곧 호남 사람들 자존심 문제"라면서 "호남 민심은 '민주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부응하는 후보가 나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만 찍겠다', '그것이 야권 후보라도 괜찮다'는 생각은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라는 정치권 인식과는 결을 완전히 달리했다. 비단 광주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전남 나주시 성북동 축산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만난 40대 주부 이모씨는 "그동안 민주당에 '올인'했지만 하도 못하니까 이제 당은 안 보기로 했다"면서 "사람만 볼 건데 서민경제 살리는 후보, 정말 할 일 제대로 할 사람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19일 광주 동구 금남로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5·18민주광장 앞'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대장동 의혹'에 민심 출렁…'명' 관심도 증가  
 
호남 민심은 정치권 쟁점으로 부각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건의 진실과는 별개로 본선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광주 서구 풍암동의 40대 임모씨는 스스로 "이재명 지지자"라고 운을 뗀 후 "그간 이 후보와 관련된 '형수 쌍욕 사건', '김부선 루머' 등을 봤을 때 후보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정치적 공방이 될 것"이라며 "이 일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못 되진 않겠지만 본선 가서 논란이 많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50대 이모씨는 이재명 후보의 해명만으로는 의혹이 모두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국민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재명이 관여를 했느냐 안 했느냐'는 것보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라면서 "'나는 잘했는데 니들이 왜 이걸 문제 삼느냐'는 식으로 대응하면 좋게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이재명 후보를 압박하고 나선 이낙연 후보에 대해서도 "'호남 민심'을 아직 제대로 못 읽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장사를 하는 강모씨는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이 고발 사주 의혹을 덮으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 문제하고 검찰 권력을 동원한 정치공작이 같냐"라며 "이재명 후보가 먼저 수사를 받겠다고 나서야 하고, 동시에 윤석열 후보도 후보직 사퇴를 걸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19일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한옥마을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2030 이어 호남서도 '홍준표' 우호 높아져 
 
2박3일 호남 민심 탐방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우호적 평가가 많았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는 홍준표 후보의 본선행을 점치는 여론이 높았다. 전북 군산시 수송지구의 한 마트에서 제사용품을 사고 있던 50대 최모씨는 "민주당에선 이재명, 국민의힘에선 홍준표가 본선에 갈 것 같다"면서 "둘 다 시원시원하게 국민을 대변하고 '한다면 한다'는 이미지를 준 게 호감을 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후보나 유승민 후보에 대해 묻자 "윤 후보는 TV 나와 하는 걸 보니 알맹이가 없다"며 "유 후보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전주 덕진구 전북대 앞에서 만난 30대 홍모씨는 19대 대선에선 안철수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대세와는 반대인 후보에게 '꽂힌다'"라며 "앞서 안철수가 그랬다면 이번 대선에선 홍준표"라고 했다. '홍 후보는 19대 대선에 출마한 바 있고, 막말 이미지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당시 홍준표하고 지금 홍준표하고 많이 달라졌다"라면서 "그간 많이 공부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인격적으로 수양을 한 느낌이 있다"고 호감을 표시했다.
 
19일 전라북도 군산시 수송지구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명절 제사용품을 사기 위해 방문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북·전남=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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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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