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가치 증명과 혜안

입력 : 2021-09-24 오전 6:00:00
대선에 나선 여러 후보들이 자신의 가치를 대중에게 증명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현재는 각 후보에 대한 인물평과 도덕적 흠결 등을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지만, 대선이 가까워지면 누가 더 세련되고 포용적인 정책 프레임을 제시할 능력이 있는가가 마지막 판세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다양하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한 진정성 없는 해명 등도 결과적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깎아먹는 악수로 돌아온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캠프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야권에서는 윤석열 캠프에서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 핵심 과제로 자리했다. 아무리 좋은 공약을 꺼냈더라도 각자의 과거 족적이나 인성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대중이 볼 때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대선에서 패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털어낼게 있으면 미리 털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사과를 먼저 하고 시작하자.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진 이후에는 분열된 지지층의 마음을 다시 얻을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틈새시장의 경우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의 행보가 눈에 띈다. 솔직하고 시원한 화법이 MZ세대의 마음을 얻는다는 평은 짚어볼 부분이다. 한국 정치사의 흐름에 기초해 보더라도 현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는 홍준표 대세론에 대한 다양한 주장을 허투루 듣고 넘기기 쉽지 않은 지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이번 격돌에서 야권의 승리로 정권을 내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조금씩 들리니 윤 후보 자리를 넘보는 홍 후보의 행마에 눈길이 간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증명은 다양한 명제를 통해 드러난다. 대선에 나선 후보가 꺼내는 여러 공약은 결과적으로 현실에서 지킬 수 있는 가정인지를 증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언론과 대중이 살피는 공약의 참과 거짓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는 범위에서 진행되므로 명확한 답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과거 대통령 당선인들이 꺼낸 공약의 이행상황 등을 현재 나오는 공약에 대입해 살펴보는 정도가 된다. 개인적 인기에 영합해서 별다른 준비 없이 대선판에 뛰어든 후보자라면 이 지점에서 한계를 느끼게 된다. 그가 여기에 더해 예전에 이미 나왔거나 다른 후보가 내놓은 정책들을 짜깁기한 공약집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정치적 감각이 있다면 말이다. 자신이 강점을 갖고 내놓을 참신한 프레임을 전면화한 정책들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특정 후보가 자신의 발언이나 선언 등에 의문을 품는 질문이나 잘못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 그는 국민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증명을 할 경우 자신의 주장을 보완해 더 우수한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자칫 둘러대기로 끝낼 경우 역풍을 맞는 경우도 있다. 15~17대 세 차례나 대권의 문을 노크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례를 곱씹어 볼 시점이다.
 
대선 후보는 공인으로서 대중의 의심을 환기하고 풀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들쭉날쭉한 정책 공약 나열, 다양한 분야에서 나오는 의혹에 대한 시원찮은 반박 등으로는 대중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혹세무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대선 주자들 각자가 좀 더 솔직해지자.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민심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간파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대선에 나선 후보들 각자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시간은 이제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조문식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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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