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3년 만에 국감장 나온 김범수 "카카오 거듭나는 계기되겠다"

"골목상권 침해 의도한 것 아니야…사회적 물의 송구" 거듭 사과

입력 : 2021-10-05 오후 7:32:3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플랫폼에는 빛과 그림자의 이미지가 있다. 빛은 자본이 없어도, 기술을 몰라도 큰 흐름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는 반드시 사업을 철수하겠다. (소상공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겠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최근 불거진 골목상권 침탈,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의 논란에 정면으로 맞섰다. 잘못한 부분은 빠르게 개선하고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의장은 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정무위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김 의장을 소환했다. 이번 국감의 큰 줄기가 '플랫폼 국감'이었던 만큼 김 의장의 출석은 일찍부터 기정사실화 됐다. 국감 증인은 해외출장 등의 이유가 있을 경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참석하지 않거나 대리출석할 수 있지만 불출석 자체가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이날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 독점적 시장구조에 따른 이용자 수수료 상승, 경쟁 계열사 인수합병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김 의장은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부분, 논란이 있는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고 개선하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발표한 상생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카카오 수장으로서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애초부터 골목상권 침탈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갖고 있는 기술 경쟁력이 많은 플랫폼에 적용돼 돈도 없고 빽도 없고 기술도 없는 사람들을 시장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며 "이제는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구분에 대한 역할과 책임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의 불씨가 됐던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와 대리운전 서비스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소신을 밝혔다. 그는 "모빌리티는 현재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용자 편익을 증대시키고 부가가치를 기사, 파트너들과 수익을 같이 가져가는 구조가 짜지는 것이 이상적인 플랫폼이지만 여러 제약이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는 플랫폼의 이용자가 활성화 될 수록 수수료는 점차 내려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파트너들과 더 많이 소통해 지혜롭게 풀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지목되며 탈세, 사익편취 등의 수단으로 거론되는 케이큐브 홀딩스에 대해선 "논란이 없도록 가족형태의 회사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전환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카카오가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은 저는 물론 모든 크루들의 꿈이자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글로벌 도전에)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며 "미래기술 혁신에도 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논란들에 솔직하게 답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김 의장의 태도에 질의를 했던 의원들도 대체로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카카오가 이번 기회에 선한 기업, 선한 경제를 주도하는 지배적 기업으로 간다는 믿음으로 질의한다"고 발언을 시작했고,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김 의장의 답변을 모두 청취한 후 "카카오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정무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질의를 마치며 "오늘의 출석을 카카오가 상생을 위해 더 힘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겠다"며 "사회적 책임을 위한 각오와 입장을 밝혀달라"고 김 의장이 정리된 입장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에 김 의장은 "2013년 전직원을 모아놓고 카카오의 방향성을 논의할 때 파트너를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플랫폼이라 생각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가 거듭나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추가적인 내용을 신속하게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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